이 방의 그림 해설
- 곰 한 마리가 왼쪽을 향해 앞발을 들고 한 걸음 내딛는 모습을 은 바늘로 그린 작은 스케치예요.
-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1482~85년 무렵, 서른 살 남짓에 그렸어요.
- 가로 13.3센티미터, 손바닥만 한 종이 위에서 털의 결과 발톱 하나하나, 걸음의 무게가 가는 선만으로 살아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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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의 얼굴부터 보세요. 둥근 코끝에서 이마로 이어지는 선이 한 번에 쭉 그어져 있어요. 작고 동그란 눈, 굵게 덧그린 입가 선 덕분에 곰이 무언가 냄새를 맡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보여요. 귀와 목덜미에는 짧은 선을 겹쳐 수북한 털을 표현했어요.
가운데 앞발 두 개를 확대해 보세요. 왼쪽 발은 땅에서 막 떨어져 발목이 꺾인 채 들려 있고, 오른쪽 발은 발가락을 쫙 펴고 바닥을 디뎠어요. 디딘 발에는 구부러진 발톱이 또렷해요. 들린 발과 디딘 발 하나로, 멈춘 그림인데도 걸음이 이어지는 느낌이 나요.
어깨와 몸통의 선을 보세요. 어깨에는 활처럼 휜 짧은 선들이 비늘처럼 겹쳐 있고, 몸통에는 비스듬한 평행선이 촘촘히 깔려 있어요. 이 빗금은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내려가요. 왼손잡이였던 레오나르도의 그림에서 자주 보이는 방향이에요.
왼쪽 아래로 내려가 보세요. 곰 몸통과 떨어진 곳에 발 하나만 따로, 더 크게 그려져 있어요. 두툼한 발바닥 살과 휘어진 발톱을 겹겹의 선으로 다시 살폈어요. 걷는 곰 전체를 그린 뒤에도 발의 생김새가 더 궁금했던 것처럼 보여요.
곰의 머리 아래 왼쪽, 빈 종이처럼 보이는 곳을 가까이 보세요. 아주 희미한 둥근 선과 얼굴 같은 자국이 숨어 있어요. 이 종이에는 곰보다 먼저 그린 앉아 있는 여인의 흐린 윤곽이 남아 있다고 소개돼요. 레오나르도가 한 번 쓴 종이를 다시 써서 그 위에 곰을 그린 거예요.
이 그림이 그려진 때
1482년 무렵, 서른 살의 레오나르도는 피렌체를 떠나 밀라노로 갔어요. 그곳을 다스리던 루도비코 스포르차의 궁정에서 일자리를 찾기 위해서였어요. 그가 루도비코에게 보내려고 쓴 편지 초안이 지금도 남아 있는데, 다리와 무기, 성을 공격하는 기계를 만들 줄 안다는 말을 길게 늘어놓고 그림과 조각 이야기는 끝에 짧게 덧붙였어요.
밀라노에서 그는 곧 큰 그림 주문도 받았어요. 1483년 한 신도회와 제단화를 그리기로 계약했는데, 이것이 「암굴의 성모」예요. 이 곰 스케치는 바로 그 무렵, 그가 밀라노에 자리를 잡아 가던 시기에 그려졌어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이 종이가 곰을 그린 여러 장의 습작 가운데 하나이고, 레오나르도가 계획하던 해부학 책을 위해 그렸을 것으로 봐요. 그는 몇 해 뒤인 1488~90년 무렵 곰의 뒷발을 직접 해부해 힘줄이 뼈에 붙은 모습까지 그렸어요. 그 그림들은 지금 영국 왕실 컬렉션에 있어요.
은필로 그린 작은 곰 머리 그림도 한 장 따로 전해져요. 그 작은 그림은 2021년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서 약 890만 파운드에 팔려, 그때까지 경매에서 팔린 레오나르도 소묘 가운데 가장 높은 값을 기록했어요.
이 「걷는 곰」은 뉴욕의 은행가 로버트 레먼이 모은 소장품에 들어 있다가, 1975년 그의 컬렉션과 함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왔어요. 다시 디딘 앞발의 발톱을 보세요. 몇 해 뒤 곰의 발을 해부하게 될 화가가, 이 작은 종이 위에서는 먼저 선으로 그 생김새를 하나하나 짚어 두었어요.
함께 생각해 볼 질문
- 찾아보기곰의 몸에서 털을 그린 선과 그림자를 그린 선은 어떻게 다르게 생겼나요?
- 왜일까레오나르도는 왜 곰 전체를 그린 다음, 발 하나를 옆에 따로 크게 다시 그렸을까요?
- 나라면레오나르도는 동물을 연구하려고 해부까지 했어요. 오늘날 동물을 연구하는 일에서 꼭 지켜야 할 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