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방의 이야기
첫 방의 그림은 생각보다 작아요. 높이 56.5센티미터, 폭 20센티미터쯤 되는 길쭉한 판 두 쪽이 나란히 걸려 있어요. 레오가 붉은 베레를 고쳐 쓰고 은필로 그림을 가리켜요. 자, 한 걸음 더 다가오세요. 이 그림은 멀리서는 안 보이는 것투성이예요.
왼쪽 판부터 볼까요. 십자가 세 개 아래로 말 탄 군인과 구경꾼이 빽빽하게 몰려 있어요. 그런데 저는 늘 하늘 오른쪽부터 봐요. 파란 낮하늘에 희미한 달이 떠 있고, 그 아래 먼 산꼭대기에는 하얀 눈이 덮여 있거든요.
이번엔 왼쪽 판 맨 아래예요. 파란 옷의 여인이 얼굴을 감싼 채 무너지듯 주저앉았고, 붉은 옷의 젊은이가 뒤에서 그녀를 붙들고 있어요. 그 옆 초록 옷의 여인은 우리에게 등을 돌린 채 두 손을 머리 위로 깍지 끼고 십자가 쪽을 향해 있어요. 십자가에서 가장 먼 자리에 가장 큰 슬픔이 있어요.
오른쪽 판은 최후의 심판이에요. 맨 위에는 붉은 옷의 그리스도가 두 손을 들고 앉아 있어요. 가운데에는 갑옷 입은 천사가 칼을 치켜들고 둥근 방패를 들고 서 있어요. 천사의 날개를 확대해 보세요. 공작 깃털 같은 눈무늬가 하나하나 찍혀 있어요.
천사 발밑에서는 해골이 박쥐 같은 날개를 양쪽으로 쫙 펼쳐요. 그 아래 어둠 속으로 사람들이 거꾸로 떨어져요. 오른쪽 바다에서는 작은 사람들이 물결을 헤치고 올라와요. 레오가 거울 글씨 노트에 무언가 적다가 고개를 저어요. 이렇게 작은 판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라니요.
이 그림은 1436년에서 1438년 무렵, 얀 반 에이크와 그의 공방이 그린 것으로 봐요. 반 에이크는 플랑드르의 도시 브뤼헤에서 일했고, 부르고뉴 공작 필리프의 궁정 화가였어요. 그는 얇은 유화 물감을 여러 겹 쌓아 보석처럼 맑은 색과 아주 작은 디테일을 그려 냈어요. 원래 나무판에 그렸는데, 나중에 캔버스로 옮겨졌어요.
다음 방에서는 하늘과 지옥 대신 땅으로 내려가요. 백여 년 뒤 한여름 밀밭에서, 일하다 점심을 먹는 농부들이 기다리고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