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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 방

곡식 수확

The Harvesters

피터르 브뤼헐(대)1565년참나무판에 유채119 × 162 cm

이 방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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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자 눈앞이 온통 누런 밀밭이에요. 레오가 그림 앞에 서더니 이마의 땀을 닦는 시늉을 해요. 한여름이거든요. 1번 방의 하늘과 지옥은 사라지고, 이 방에는 땅과 사람만 남았어요.

먼저 가운데 큰 나무 아래를 보세요. 흰 셔츠를 입은 남자가 다리를 쭉 뻗고 입을 벌린 채 잠들어 있어요. 허리띠는 느슨하게 풀렸고, 팔 하나는 머리 뒤로 넘어갔어요. 저는 이 남자를 볼 때마다 코 고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

그 옆에서는 사람들이 빙 둘러앉아 점심을 먹어요. 그릇을 들고 숟가락으로 떠먹는 사람, 빵을 써는 사람, 커다란 단지를 들어 벌컥벌컥 마시는 사람도 있어요. 바구니에는 빵이 담겨 있어요. 잠깐 쉬는 시간의 소리까지 들릴 것 같은 자리예요.

이번엔 왼쪽이요. 밀밭 사이로 좁은 길이 뚫려 있고, 한 남자가 빨간 물주전자를 들고 걸어 나와요. 그 앞에서는 사람들이 아직 낫을 휘두르며 밀을 베고 있어요.

오른쪽 멀리 나무 아래에서는 두 사람이 허리를 굽혀 떨어진 붉은 열매를 줍고 있어요. 들판 너머에는 성당 지붕이, 왼쪽 저 멀리에는 배가 떠 있는 바다가 펼쳐져요. 레오가 거울 글씨 노트에 길을 따라 선을 그어요. 눈이 앞에서 뒤로, 밀밭에서 바다까지 걸어가요.

피터르 브뤼헐(대)은 이 그림을 1565년, 떡갈나무 판 위에 유화로 그렸어요. 안트베르펜의 상인 니클라스 용엘링크가 주문한 계절 연작 가운데 한 점이에요. 연작은 흔히 여섯 점이었다고 보는데, 지금 남은 다섯 점은 빈과 프라하, 그리고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나뉘어 있어요.

그 시절 큰 그림의 주인공은 대개 성인이나 왕, 신화 속 인물이었어요. 브뤼헐은 이름 없는 농부들의 점심시간을 가로 160센티미터가 넘는 판에 담았어요.

다음 방에서는 스페인으로 건너가요. 맑은 들판 대신 먹구름이 몰려오는 언덕 위의 도시가 기다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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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무 밑동에 기댄 남자부터 보세요. 흰 셔츠 단추를 풀고, 다리를 벌리고, 입을 벌린 채 잠들었어요. 바지 허리끈은 풀어져 있고 손은 바닥에 툭 떨어졌어요. 이 사람이 얼마나 오래 낫질을 했을지, 몸이 먼저 말해 줘요.

  2. 오른쪽의 점심 자리로 가 볼까요. 사람들이 나무 그릇에 담긴 하얀 것을 숟가락으로 떠먹고, 빵을 자르고, 큰 항아리를 들어 올려 마셔요. 하얀 천 위에는 둥근 열매 몇 개가 놓여 있어요. 볏단 위에 걸터앉은 사람들의 자세가 저마다 달라 왁자한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

  3. 왼쪽 밀밭 사이로 좁은 길이 나 있어요. 한 남자가 양손에 항아리를 들고 그 길을 걸어 나와요. 한쪽은 붉은 항아리, 한쪽은 검은 항아리예요. 밀이 사람 키만큼 자라 있어서 길이 좁은 골목처럼 보여요.

  4. 멀리 마을 앞 풀밭을 확대해 보세요. 손톱만 한 사람들이 달리고, 둘러서고, 무언가를 들고 있어요. 초가지붕 집과 붉은 벽돌집도 보여요. 들판의 일과 마을의 일이 같은 시간에 함께 흘러가요.

  5. 더 멀리, 하늘과 맞닿은 물 위에 돛단배 두 척이 떠 있어요. 뾰족한 탑도 안개 속에 서 있고요. 가까운 곳은 짙은 노랑으로, 먼 곳은 연한 푸른빛으로 칠해서 공기가 멀어질수록 엷어지는 느낌을 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