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방의 이야기
문을 열자 눈앞이 온통 누런 밀밭이에요. 레오가 그림 앞에 서더니 이마의 땀을 닦는 시늉을 해요. 한여름이거든요. 1번 방의 하늘과 지옥은 사라지고, 이 방에는 땅과 사람만 남았어요.
먼저 가운데 큰 나무 아래를 보세요. 흰 셔츠를 입은 남자가 다리를 쭉 뻗고 입을 벌린 채 잠들어 있어요. 허리띠는 느슨하게 풀렸고, 팔 하나는 머리 뒤로 넘어갔어요. 저는 이 남자를 볼 때마다 코 고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
그 옆에서는 사람들이 빙 둘러앉아 점심을 먹어요. 그릇을 들고 숟가락으로 떠먹는 사람, 빵을 써는 사람, 커다란 단지를 들어 벌컥벌컥 마시는 사람도 있어요. 바구니에는 빵이 담겨 있어요. 잠깐 쉬는 시간의 소리까지 들릴 것 같은 자리예요.
이번엔 왼쪽이요. 밀밭 사이로 좁은 길이 뚫려 있고, 한 남자가 빨간 물주전자를 들고 걸어 나와요. 그 앞에서는 사람들이 아직 낫을 휘두르며 밀을 베고 있어요.
오른쪽 멀리 나무 아래에서는 두 사람이 허리를 굽혀 떨어진 붉은 열매를 줍고 있어요. 들판 너머에는 성당 지붕이, 왼쪽 저 멀리에는 배가 떠 있는 바다가 펼쳐져요. 레오가 거울 글씨 노트에 길을 따라 선을 그어요. 눈이 앞에서 뒤로, 밀밭에서 바다까지 걸어가요.
피터르 브뤼헐(대)은 이 그림을 1565년, 떡갈나무 판 위에 유화로 그렸어요. 안트베르펜의 상인 니클라스 용엘링크가 주문한 계절 연작 가운데 한 점이에요. 연작은 흔히 여섯 점이었다고 보는데, 지금 남은 다섯 점은 빈과 프라하, 그리고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나뉘어 있어요.
그 시절 큰 그림의 주인공은 대개 성인이나 왕, 신화 속 인물이었어요. 브뤼헐은 이름 없는 농부들의 점심시간을 가로 160센티미터가 넘는 판에 담았어요.
다음 방에서는 스페인으로 건너가요. 맑은 들판 대신 먹구름이 몰려오는 언덕 위의 도시가 기다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