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방의 이야기
연못 방의 물빛에서 걸어 나오면, 이번에는 누군가가 우리를 먼저 보고 있어요. 높이 150센티미터쯤 되는 큰 화면 한가운데, 하얀 원피스를 입은 소녀가 두 발을 넓게 벌리고 서 있어요. 레오가 걸음을 멈추고 베레를 살짝 벗어요. 마지막 방의 주인에게 인사부터 해야겠어요.
소녀의 얼굴부터 보세요. 입을 꼭 다물고, 눈을 피하지 않아요. 그림 왼쪽 팔은 팔꿈치를 꺾어 허리에 손을 얹었어요. 수줍게 웃는 아이 초상화를 떠올렸다면 조금 놀랄 거예요. 그림 오른쪽 머리에는 파란 리본이 크게 묶여 있어요.
이번엔 옷을 따라 내려가 볼까요. 가슴께에 분홍, 빨강, 노랑, 보라 꽃이 띠처럼 둘러져 있어요. 치마는 흰색과 연한 회색 붓질이 깃털처럼 겹겹이 쌓여 있어요. 뒤쪽 벽은 짙은 연보라이고, 그 위에 작은 꽃송이들이 흩어져 떠 있어요.
이제 오른쪽 아래를 보세요. 소녀 다리 오른쪽 옆에 새 두 마리가 있어요. 회색 깃털에 주황 다리를 한 새, 그리고 주황색 머리를 내민 새예요. 그 오른쪽 아래 밝은 바탕에는 GVSTAV KLIMT라는 서명이 두 줄로 적혀 있어요. 맨 아래에는 파란 물결무늬가 바닥을 따라 지그재그로 달려요. 레오가 노트에 그 물결을 따라 그려 보고 웃어요. 이건 저도 그릴 수 있겠어요.
그린 사람은 오스트리아 빈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예요. 그는 1897년, 빈의 보수적인 미술가 단체에서 떨어져 나온 화가들과 함께 빈 분리파를 만들었고, 첫 회장을 맡았어요. 그리고 1907년에서 1908년 무렵에는 금박을 입힌 「키스」 같은 그림으로 이름을 날렸어요. 그런데 이 방의 그림에는 금빛이 하나도 없어요. 그 자리를 밝은 색과 꽃과 새가 채워요.
소녀의 이름은 메다 프리마베시예요. 1903년에 태어났으니, 클림트가 1912년에 이 그림을 시작했을 때 아홉 살쯤이었어요. 아버지 오토 프리마베시는 지금의 체코 올로모우츠에서 은행을 하던 사람이었어요. 클림트는 1918년에 세상을 떠났고, 그림 속 메다는 2000년까지 살았어요.
열다섯 개의 방을 지나 여기까지 함께 걸어 주셔서 고마워요. 마지막으로 레오가 노트를 덮으며 말해요. 오늘 본 그림 가운데 하나만 골라서, 집에 가는 길에 다시 떠올려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