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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번 방

수련

Water Lilies

클로드 모네1906년캔버스에 유채89.9 × 94.1 cm

이 방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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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로 가득했던 방을 나오니 눈이 한숨 돌리는 것 같아요. 레오가 그림 앞에 멈춰 서서 물어요. 이 그림에서 하늘이 어디 있는지 찾을 수 있어요? 위를 봐도 물이고, 아래를 봐도 물이에요. 땅도, 물가도, 수평선도 없어요.

그런데 하늘은 분명 여기 있어요. 가운데 왼쪽의 희뿌연 연파랑을 보세요. 물에 비친 구름이에요. 그 위로 비스듬히 번진 짙은 초록 그림자는 물가 나무가 비친 모습이고요. 우리는 지금 연못을 내려다보면서, 동시에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셈이에요.

이제 수련 무리를 따라가 볼까요. 왼쪽 아래와 오른쪽 위에 잎이 몰려 있고, 그 사이로 물길이 비스듬히 열려 있어요. 아래쪽 가운데에는 분홍 꽃 몇 송이가 떠 있어요. 가까이 다가가면 꽃 한 송이가 분홍, 보라, 주황 붓질 몇 번으로 툭툭 놓여 있을 뿐이에요. 레오가 은필을 들었다가 슬며시 내려놓아요. 이건 선으로는 따라 그릴 수가 없네요.

오른쪽 아래 구석도 보세요. 붉은 갈색 물감으로 쓴 서명 끝에 1906이라는 숫자가 있어요. 화가가 직접 남긴 연도예요.

클로드 모네는 1890년에 프랑스 지베르니의 집을 샀고, 3년 뒤 그곳에 물의 정원을 만들었어요. 처음에는 연못 위에 놓인 일본식 나무다리를 그렸어요. 그러다 점점 물 표면만 화면 가득 담게 되었어요. 그 뒤 25년 동안 이 연못을 그린 그림이 250점쯤 쌓였어요.

이 그림은 1903년부터 1908년 사이에 그린 수련 그림 무리 가운데 하나예요. 거의 정사각형인 화면도 땅과 하늘을 버리고 물에만 집중하려는 선택이었어요. 모네는 이 작업을 집착이라고 불렀어요. 실제로 시카고 미술관이 이 그림을 조사했더니, 그리는 도중 크게 고친 자리가 여럿 드러났어요.

그리고 1909년 파리 뒤랑뤼엘 화랑의 수련 전시 목록에 이 그림이 올랐어요. 모네는 훗날 파리 오랑주리 미술관의 커다란 수련 벽화까지 그리게 돼요.

다음 방은 투어의 마지막 방이에요. 빈의 화가가 그린 한 소녀가 두 발을 단단히 딛고 우리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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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다가가 볼 5곳

  1. 아래쪽 가운데의 분홍 꽃을 확대해 보세요. 꽃잎은 분홍과 흰색 몇 번, 꽃 밑동은 보라와 주홍을 툭툭 찍었을 뿐이에요. 가까이서는 물감 덩어리인데 한 발 물러서면 물 위에 뜬 수련이 돼요. 바로 옆 잎사귀는 연두색 타원 하나로 끝냈어요.

  2. 이번엔 왼쪽 위의 흐릿한 부분으로 가 볼까요. 짙은 초록 줄기들이 아래로 늘어진 것처럼 보이는데, 연못가 나무가 물에 비친 그림자예요. 그 옆 연보라빛 밝은 자리는 물에 비친 구름이에요. 이 그림에서 하늘은 물을 통해서만 볼 수 있어요.

  3. 오른쪽 위의 수련 무리를 보세요. 연둣빛 잎 사이사이에 노르스름한 흰 꽃이 점처럼 박혀 있어요. 잎 무리가 가로로 길게 띠를 이루며 물 위를 지나가요. 왼쪽 아래 무리와 함께 가운데의 넓은 물길을 양쪽에서 감싸고 있어요.

  4. 왼쪽 아래 가장자리의 잎들을 확대해 보세요. 잎을 둥글게 휘감는 붓질로 그렸고, 그 위에 분홍, 흰색, 보라 물감을 얹었어요. 그 사이로 붉은 꽃 한 송이가 숨어 있어요. 멀리 있는 잎보다 크고 거칠게 그려서 이쪽이 우리 발밑에 가깝다는 걸 알려 줘요.

  5. 오른쪽 아래 구석을 보세요. 갈색 물감으로 Claude Monet 1906 이라고 써 놓았어요. 서명이 수면 위에 그대로 떠 있어서, 그림 속 물에 이름을 띄워 놓은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