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방의 이야기
무늬로 가득했던 방을 나오니 눈이 한숨 돌리는 것 같아요. 레오가 그림 앞에 멈춰 서서 물어요. 이 그림에서 하늘이 어디 있는지 찾을 수 있어요? 위를 봐도 물이고, 아래를 봐도 물이에요. 땅도, 물가도, 수평선도 없어요.
그런데 하늘은 분명 여기 있어요. 가운데 왼쪽의 희뿌연 연파랑을 보세요. 물에 비친 구름이에요. 그 위로 비스듬히 번진 짙은 초록 그림자는 물가 나무가 비친 모습이고요. 우리는 지금 연못을 내려다보면서, 동시에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셈이에요.
이제 수련 무리를 따라가 볼까요. 왼쪽 아래와 오른쪽 위에 잎이 몰려 있고, 그 사이로 물길이 비스듬히 열려 있어요. 아래쪽 가운데에는 분홍 꽃 몇 송이가 떠 있어요. 가까이 다가가면 꽃 한 송이가 분홍, 보라, 주황 붓질 몇 번으로 툭툭 놓여 있을 뿐이에요. 레오가 은필을 들었다가 슬며시 내려놓아요. 이건 선으로는 따라 그릴 수가 없네요.
오른쪽 아래 구석도 보세요. 붉은 갈색 물감으로 쓴 서명 끝에 1906이라는 숫자가 있어요. 화가가 직접 남긴 연도예요.
클로드 모네는 1890년에 프랑스 지베르니의 집을 샀고, 3년 뒤 그곳에 물의 정원을 만들었어요. 처음에는 연못 위에 놓인 일본식 나무다리를 그렸어요. 그러다 점점 물 표면만 화면 가득 담게 되었어요. 그 뒤 25년 동안 이 연못을 그린 그림이 250점쯤 쌓였어요.
이 그림은 1903년부터 1908년 사이에 그린 수련 그림 무리 가운데 하나예요. 거의 정사각형인 화면도 땅과 하늘을 버리고 물에만 집중하려는 선택이었어요. 모네는 이 작업을 집착이라고 불렀어요. 실제로 시카고 미술관이 이 그림을 조사했더니, 그리는 도중 크게 고친 자리가 여럿 드러났어요.
그리고 1909년 파리 뒤랑뤼엘 화랑의 수련 전시 목록에 이 그림이 올랐어요. 모네는 훗날 파리 오랑주리 미술관의 커다란 수련 벽화까지 그리게 돼요.
다음 방은 투어의 마지막 방이에요. 빈의 화가가 그린 한 소녀가 두 발을 단단히 딛고 우리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