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방의 그림 해설
- 붉은 옷을 차려입은 여인이 옆얼굴로 서 있고, 왼쪽 창문 너머에서 한 남자가 그녀를 들여다보는 초상화예요.
- 피렌체의 수도사 화가 프라 필리포 리피가 1440년 무렵 나무판에 템페라로 그렸어요.
- 방 안, 창밖 풍경, 창가의 남자까지 한 화면에 담아,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지 궁금해지는 그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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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얼굴을 확대해 보세요. 이마는 넓고 매끈하며, 금발 머리는 진주를 단 검은 망 속에 감추었어요. 눈은 앞만 바라보고, 입술은 꼭 다물었어요. 얼굴에는 오래된 물감이 갈라진 잔금이 거미줄처럼 퍼져 있어요.
왼쪽 창가의 남자를 확대해 보세요. 붉은 모자를 쓴 남자가 창틀 가장자리에 머리 뒤쪽이 가려진 채 여인을 바라봐요. 그의 얼굴은 여인보다 어두운 빛으로 칠해져 있어요.
남자의 손을 보세요. 손가락에 반지를 낀 손이 검은색과 금색 가로줄 무늬 방패를 창턱에 올려놓았어요. 이런 방패는 집안을 나타내는 문장이에요. 이 남자가 어느 가문 사람인지 알려 주는 표시예요.
여인의 턱 아래 창밖을 확대해 보세요. 붉은 지붕 집과 탑, 물길과 푸른 언덕이 아주 작게 그려져 있어요. 두 사람 뒤로 바깥 세상이 열려 있어요.
아래쪽 소매 끝을 확대해 보세요. 붉은 소맷단에 진주와 금실로 수놓은 글자가 세로로 줄지어 있어요. 미술관 해설은 이 글자를 충성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lealtà 로 읽어요.
이 그림이 그려진 때
피렌체의 카르미네 수도원. 어려서 부모를 잃은 필리포는 아이 때 이곳에 맡겨졌고, 1421년 무렵 수도사 서원을 했어요. 그 무렵 같은 성당의 브란카치 예배당에서는 마사초가 벽화를 그리고 있었어요. 소년 수도사가 그 벽화를 보며 그림을 익혔다고 보는 학자가 많아요.
그림 솜씨로 이름은 났지만 살림은 넉넉하지 않았어요. 1439년 그가 메디치 가문의 피에로에게 보낸 편지가 남아 있어요. 자신을 피렌체에서 가장 가난한 수도사라고 부르며, 결혼시켜야 할 조카딸 여섯을 돌보고 있다고 도움을 청하는 편지예요. 이 초상화는 그 무렵, 서른넷 안팎의 리피가 그렸어요.
누가 이 그림을 주문했을까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남자가 창턱에 올린 방패를 피렌체 스콜라리 집안의 문장으로 읽어요. 그래서 두 사람을 1436년 무렵 결혼한 로렌초 디 라니에리 스콜라리와 안졸라 디 베르나르도 사피티로 보지요. 방패가 여인 집안의 것이라는 다른 의견도 있어서, 이름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어요.
그림은 1889년 뉴욕의 수집가 헨리 마퀀드가 미술관에 기증했어요.
리피의 삶은 그 뒤로도 조용하지 않았어요. 1450년대 프라토에서 일하던 그는 수녀 루크레치아 부티와 함께 살게 되었어요. 둘 사이에서 난 아들 필리피노 리피도 자라서 화가가 되었어요.
다시 창가를 보세요. 남자는 방 안에 들어오지 않고 창틀에 기댄 채 방패를 내밀어요. 여인의 소매에 수놓인 충성이라는 말과 그 방패를 함께 보면, 이 그림이 왜 결혼 이야기로 읽히는지 알 수 있어요.
함께 생각해 볼 질문
- 찾아보기여인의 어깨 아래, 둥근 장식이 달린 브로치를 찾을 수 있나요?
- 왜일까리피는 왜 남자를 창밖에, 그것도 머리 뒤쪽이 창틀에 가려진 채 그려 넣었을까요?
- 나라면여인의 소매에는 충성이라는 말이 수놓여 있어요. 오늘날 결혼이나 사랑에서 한쪽에게만 충실함을 요구한다면, 어떤 점이 문제가 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