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 어두운 배경 앞, 초록 유리잔에 장미·튤립·붓꽃 같은 꽃이 가득 꽂혀 있고, 탁자 위에는 떨어진 꽃과 꽃잎, 나비 한 마리가 있어요.
- 안트베르펜에서 활동한 화가 클라라 페이터르스가 1612년 무렵 나무판에 유채로 그렸어요.
- 높이 46cm의 작은 판 위에 꽃잎 줄무늬와 유리 방울 하나까지 가는 붓으로 그려 넣은 그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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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위 튤립을 확대해 보세요. 붉은 꽃잎에 노란 줄무늬가 붓끝으로 한 올씩 그어져 있어요. 꽃잎 끝은 살짝 벌어지기 시작했어요. 이런 줄무늬 튤립은 그 무렵 유럽에서 아주 비싸게 팔리던 꽃이었어요.
왼쪽으로 삐죽 나온 파란 송이를 보세요. 작은 방울 같은 꽃이 포도송이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어요. 방울마다 흰 점을 하나씩 찍어 빛이 맺힌 것처럼 보이게 했어요. 무스카리라는 봄꽃이에요.
꽃을 받친 유리잔 아래쪽을 확대해 보세요. 짙은 초록 유리에 동그란 유리 방울이 돌아가며 붙어 있어요. 방울마다 하얀 빛이 한 점씩 반짝여요. 투명한 유리를 그리기 위해 페이터르스는 빛이 닿는 자리만 밝게 남겼어요.
잔 왼쪽 아래, 날개를 접고 앉은 나비를 찾아보세요. 날개 뒷면은 갈색이고, 가운데에 붉은 띠가 지나가요. 날개 끝의 하얀 점과 톱니 같은 가장자리도 보여요. 어두운 배경에 거의 묻혀 있어서 오래 봐야 눈에 들어와요.
탁자 왼쪽 끝을 보세요. 하얀 장미 한 송이가 거꾸로 누워 있고, 그 옆으로 파란 물망초 줄기가 탁자 끝까지 뻗어 있어요. 장미 옆 탁자 위에는 그림자가 비쳐요.
이 그림이 그려진 때
1612년 무렵, 플랑드르의 항구 도시 안트베르펜. 한 여성 화가가 작은 나무판 앞에서 튤립 꽃잎의 줄무늬를 한 올씩 긋고 있었어요. 클라라 페이터르스예요. 그런데 우리는 그가 정확히 언제 태어났는지도 몰라요. 그의 삶은 문서 기록이 거의 남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페이터르스를 알려 주는 건 그림 자체예요. 그는 그림에 자기 이름과 날짜를 적곤 했고, 날짜가 적힌 가장 이른 그림은 1607년 것이에요. 몇몇 정물화에서는 반짝이는 금속 잔에 비친 자기 얼굴을 손톱만 하게 그려 넣었어요. 그림 속에 살짝 숨겨 둔 자화상인 셈이에요.
사실 페이터르스가 더 많이 그린 건 꽃이 아니라 식탁이었어요. 남아 있는 그림 대부분에 생선·치즈·빵·과자 같은 음식이 차려져 있어요. 같은 무렵 안트베르펜에서는 얀 브뤼헐(대) 같은 화가들도 꽃 그림으로 이름을 얻고 있었어요.
그 뒤 페이터르스의 이름은 오랫동안 잊혔어요. 2016년 스페인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이 그의 전시를 열었는데, 이 미술관이 여성 화가 한 사람에게 바친 첫 전시였어요. 2020년에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영국의 개인 소장품이던 이 그림을 사들였어요. 그때 메트에는 이 무렵 네덜란드·플랑드르 여성 화가의 그림이 꽃 그림 한 점뿐이었어요.
다시 그림을 보세요. 장미·튤립·수선화·카네이션·붓꽃은 늦봄에서 초여름 사이에 피는 꽃들이에요. 문서는 거의 사라졌지만, 꽃잎 한 장 한 장에 남은 붓자국이 400년 전 이 화가가 일한 시간을 대신 말해 줘요.
함께 생각해 볼 질문
- 찾아보기꽃다발 속에서 고개를 아래로 푹 숙인 꽃 두 송이를 찾을 수 있나요?
- 왜일까페이터르스는 왜 화려한 꽃다발 옆에 떨어진 꽃잎과 작은 나비를 함께 그렸을까요?
- 나라면400년 전에는 줄무늬 튤립 한 송이가 큰돈이었어요. 오늘 우리가 비싸게 사는 물건 가운데, 몇십 년 뒤에는 흔해져 있을 것은 무엇일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