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옷을 입은 금세공인이 저울을 들고 있어요. 곁에는 화려한 금빛 옷의 여자와 검은 모자를 쓴 남자가 서 있어요. 남자는 여자의 어깨에 손을 얹었고, 여자는 저울 쪽으로 손을 내밀어요. 무언가를 사러 온 손님들이에요.
그런데 이 그림에는 사람이 둘 더 있어요. 가게 안에도, 계산대 앞에도 없는 사람들이에요. 어디에 숨어 있을까요?
오른쪽 아래, 계산대 끝에 세워 둔 동그란 거울을 보세요.
볼록하게 부푼 거울이에요. 그 안에 가게 바깥 거리가 들어 있어요. 분홍빛 벽에 뾰족한 지붕을 인 집들이 줄지어 서 있고, 아치 모양 문과 작은 창들이 보여요. 집 앞에는 넓은 회색 마당이 펼쳐져 있어요. 거울이 볼록해서 집들이 둥글게 휘어 보여요.
이 거울이 비추는 쪽은 가게 앞이에요. 다시 말해, 그림을 보고 있는 우리가 서 있는 자리예요. 금세공인의 가게는 거리 쪽으로 활짝 열려 있고, 우리는 길에서 계산대 너머를 들여다보는 셈이에요.
그렇다면 거울 속에 우리가 보여야 할 텐데요. 거울 아래쪽을 더 가까이 볼게요.
남자 둘이 서 있어요. 왼쪽 사람은 새빨간 웃옷에 커다란 검은 모자를 썼어요. 오른쪽 사람은 초록 천을 감은 모자를 쓰고, 어두운 옷 위로 손에 매 한 마리를 올려 두었어요. 둘 다 가게 안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요.
그림은 이 두 사람이 누구인지 말해 주지 않아요. 손님을 기다리는 중일 수도 있고, 그냥 지나가다 멈춘 구경꾼일 수도 있어요. 확실한 건 하나예요. 화가는 손바닥만 한 거울 속에 사람 얼굴과 옷 주름, 매의 깃털까지 그려 넣었다는 것이에요.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은 페트뤼스 크리스튀스예요. 지금의 벨기에 땅인 플랑드르의 도시 브뤼헤에서 일한 화가예요. 그는 1444년에 브뤼헤의 시민이 되었어요.
브뤼헤에서는 그보다 앞서 얀 반 에이크가 활동했어요. 반 에이크는 1434년에 그린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에서 방 안쪽 벽에 볼록거울을 걸고, 그 속에 방 전체와 문간의 사람들을 비춰 넣었어요. 크리스튀스의 거울에는 가게 바깥 거리가 들어 있어요.
마지막으로 계산대 앞쪽 가장자리를 보세요.
저울 접시 하나에 작은 금빛 물건이 담겨 있어요. 계산대에는 추와 작은 금속 조각들이 흩어져 있어요. 그 아래 나무 테두리에 흰 글씨가 한 줄 적혀 있어요. 라틴어로 페트루스 크리스투스 선생이 1449년에 나를 만들었다는 뜻이에요. 그림이 스스로 자기를 만든 사람과 해를 말하고 있어요. 글줄 끝에는 하트처럼 생긴 작은 표시도 그려져 있어요.
이 그림은 지금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있어요. 보석과 그릇이 가득한 가게에서, 손바닥만 한 거울 하나가 바깥 거리를 통째로 품고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