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 숨은 이야기 ·

삼등칸 창문에 그어진 가는 줄의 정체

기차 창밖 풍경 위로 바둑판 같은 선이 지나가요. 도미에가 남겨 둔 흔적이에요.

오노레 도미에, 삼등 열차, 1864년

삼등 열차

The Third-Class Carriage

오노레 도미에1864년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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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에서 가장 싼 자리, 얼굴 위 이 줄의 정체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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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에서 가장 싼 자리

나무 의자, 아무도 말이 없어요

흔들려도 잠든 소년

얼굴 위 이 줄, 기차엔 없었어요

옮겨 그리려고 그어 둔 칸이에요

오늘 당신이 탄 기차, 가장 지쳐 보인 사람은 누구였나요? · 「삼등 열차」 오노레 도미에 · 평예재 숨은 이야기에서 크게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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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가 덜컹거려요. 나무 의자에 사람들이 빽빽하게 앉아 있어요. 앞줄에는 바구니를 끌어안은 할머니, 아기를 품은 젊은 엄마, 고개를 떨군 채 잠든 소년이 있어요. 뒤로는 모자를 쓴 사람들의 머리가 겹겹이 이어져요.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아요.

그런데 이 그림을 가까이서 보면 이상한 것이 하나 있어요. 사람들의 얼굴과 옷 위로, 가늘고 곧은 선들이 가로세로로 지나가요. 기차 안에 저런 줄이 있었을까요?

왼쪽 위 창문부터 보세요. 창밖이 밝아서 가장 잘 보이는 곳이에요.

창문 안쪽 밝은 칸 위에 연한 선이 바둑판처럼 그어져 있어요. 가로줄과 세로줄이 일정한 간격으로 반듯하게 지나가요. 창밖 풍경이라기엔 너무 곧고 규칙적이에요. 그 앞으로 높은 모자를 쓴 남자의 검은 모자가 창을 가려요.

이 선은 화가가 그림을 옮겨 그릴 때 쓰는 격자예요. 원래 그림에 바둑판을 긋고, 새 화면에도 같은 개수의 칸을 그은 다음, 한 칸씩 보면서 옮겨 그려요. 그러면 크기를 바꾸어도 사람들의 자리가 어긋나지 않아요.

그리고 이 그림은 끝까지 다 칠한 그림이 아니에요. 오노레 도미에는 같은 장면을 여러 번 그렸어요. 다 마무리한 유화 한 점은 캐나다 오타와의 캐나다 국립미술관에 있어요. 지금 우리가 보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그림은, 칸을 그어 둔 채 마무리되지 않고 남은 쪽이에요.

덕분에 우리는 화가의 작업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어요. 할머니의 얼굴을 크게 볼게요.

두건을 쓴 할머니는 눈을 내리깔고 있어요. 입가는 꾹 다물었고 볼에는 깊은 주름이 졌어요. 얼굴 위로 격자선이 그대로 비쳐요. 눈썹, 코, 턱은 굵고 검은 선으로 쓱쓱 그었어요. 물감을 덮어 매끈하게 다듬기 전의 모습이에요.

이 굵은 선은 도미에에게 익숙한 손놀림이었어요. 그는 파리의 신문 『르 샤리바리』에 석판화를 실으며 이름을 알렸고, 평생 수천 점의 석판화를 만들었어요. 정치인과 판사, 도시의 평범한 사람들을 몇 개의 선으로 붙잡는 일이 그의 일이었어요. 1832년에는 국왕 루이 필리프를 비꼰 그림 때문에 감옥에 갇히기도 했어요.

이제 오른쪽 아래, 할머니 옆의 소년을 보세요.

소년은 어깨를 웅크리고 고개를 꺾은 채 잠들었어요. 눈은 짧은 선 몇 개로 감겨 있어요. 몸은 어둠에 거의 묻혔고, 얼굴에만 불빛이 닿아요. 흔들리는 기차에서 저렇게 잠들 수 있을 만큼 지친 하루였을 거예요.

19세기 중반 프랑스에는 철도가 빠르게 퍼졌어요. 기차는 일등칸, 이등칸, 삼등칸으로 나뉘었고, 삼등칸은 가장 싼 자리였어요. 딱딱한 나무 의자에 많은 사람이 함께 탔어요. 도미에는 이 삼등칸에 탄 사람들을 판화와 그림으로 여러 번 그렸어요.

그림 속 뒷줄의 승객들은 옷차림도 표정도 저마다 달라요. 그런데 앞줄 세 사람은 서로 말 한마디 없이 각자의 생각에 잠겨 있어요. 이렇게 붐비는 칸 안에서도 사람마다 혼자인 것처럼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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