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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 방

밀밭과 사이프러스

Wheat Field with Cypresses

빈센트 반 고흐1889년캔버스에 유채73.2 × 93.4 cm

이 방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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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방에서 작은 점들을 하나하나 세어 보던 눈이, 이 방에 들어서자마자 출렁여요. 레오가 붉은 베레를 고쳐 쓰고 말해요. 여기서는 그림이 가만히 있지 않아요. 하늘도, 밀도, 나무도 바람에 함께 휘고 있거든요.

먼저 오른쪽에 우뚝 선 짙은 초록 나무를 보세요. 사이프러스예요. 붓 자국이 아래에서 위로 불꽃처럼 겹쳐 올라가서, 나무가 하늘을 향해 타오르는 것처럼 보여요. 레오가 은필로 노트에 나무 모양을 따라 그리더니 고개를 끄덕여요. 이 나무가 그림의 기둥이에요.

이번엔 하늘로 눈을 옮겨 볼까요. 흰 구름이 소용돌이처럼 말려 있어요. 가까이 다가가면 물감이 납작하지 않고 두껍게 올라와 있어요. 붓이 지나간 홈과 둔덕이 그대로 굳어서, 빛이 비치면 작은 그림자까지 생겨요.

이제 맨 아래, 가운데쯤을 보세요. 노란 밀 이삭 사이에 빨간 점 몇 개가 숨어 있어요. 들에 핀 양귀비처럼 보이는 꽃이에요. 금빛과 초록 사이에서 아주 작게 반짝여서, 찾고 나면 자꾸 눈이 가요.

반 고흐는 이 그림을 1889년에 그렸어요. 그해 그는 남프랑스 생레미에 있는 요양원에 스스로 들어가 지내고 있었어요. 몸과 마음이 아팠던 시기였지만, 요양원 밖 들판으로 나가 붓을 들었어요.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사이프러스가 계속 마음을 붙잡는다고, 해바라기처럼 사이프러스로도 그림을 만들고 싶다고 적었어요.

레오가 노트를 덮으며 말해요. 저는 이 그림 앞에 서면 바람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 그런데 반 고흐는 이듬해인 1890년에 세상을 떠났어요. 그래서 이 들판의 바람이 더 오래 마음에 남아요.

다음 방에서는 반대로, 모든 것이 조용히 멈춰 있어요. 탁자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말없이 카드를 쥔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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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다가가 볼 5곳

  1. 오른쪽에 불꽃처럼 솟은 나무부터 보세요. 사이프러스예요. 초록 한 가지가 아니라 짙은 초록, 연두, 검푸른 색을 짧게 끊어 겹쳐 칠했어요. 붓 자국이 모두 위로 꼬이며 올라가서 나무가 타오르는 것처럼 보여요.

  2. 하늘 한가운데 흰 구름을 확대해 보세요. 물감이 얼마나 두꺼운지 붓이 지나간 홈과 둔덕이 그대로 남아 있어요. 구름이 둥글게 말려 들어가는 소용돌이 모양이에요. 하늘인데도 잔잔하지 않고 계속 움직이고 있어요.

  3. 왼쪽 가운데의 나무 덤불로 가 볼까요. 은빛이 도는 연초록 잎이 이리저리 휘어 있어요. 그 사이로 검푸른 선 몇 줄이 굽은 가지와 줄기를 그려요. 덤불 위쪽의 풀잎들은 모두 한쪽으로 쏠려 있어서 바람이 어느 쪽에서 부는지 알 수 있어요.

  4. 아래쪽 밀밭 끝자락에 빨간 점들이 있어요. 양귀비꽃이에요. 붉은 물감을 작게 톡톡 얹었고, 그 옆에 흰 꽃도 몇 송이 섞여 있어요. 노랑과 초록뿐인 들판에 빨강이 들어가니 눈이 저절로 그쪽으로 가요.

  5. 밀밭 너머 멀리 보이는 푸른 산등성이를 보세요. 산도 구름처럼 물결치는 선으로 그렸어요. 진한 파랑과 흰색을 섞지 않고 나란히 놓아서 산의 주름이 생겼어요. 땅과 하늘이 같은 붓질로 이어져서 그림 전체가 한 덩어리로 출렁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