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방의 이야기
앞 방에서 작은 점들을 하나하나 세어 보던 눈이, 이 방에 들어서자마자 출렁여요. 레오가 붉은 베레를 고쳐 쓰고 말해요. 여기서는 그림이 가만히 있지 않아요. 하늘도, 밀도, 나무도 바람에 함께 휘고 있거든요.
먼저 오른쪽에 우뚝 선 짙은 초록 나무를 보세요. 사이프러스예요. 붓 자국이 아래에서 위로 불꽃처럼 겹쳐 올라가서, 나무가 하늘을 향해 타오르는 것처럼 보여요. 레오가 은필로 노트에 나무 모양을 따라 그리더니 고개를 끄덕여요. 이 나무가 그림의 기둥이에요.
이번엔 하늘로 눈을 옮겨 볼까요. 흰 구름이 소용돌이처럼 말려 있어요. 가까이 다가가면 물감이 납작하지 않고 두껍게 올라와 있어요. 붓이 지나간 홈과 둔덕이 그대로 굳어서, 빛이 비치면 작은 그림자까지 생겨요.
이제 맨 아래, 가운데쯤을 보세요. 노란 밀 이삭 사이에 빨간 점 몇 개가 숨어 있어요. 들에 핀 양귀비처럼 보이는 꽃이에요. 금빛과 초록 사이에서 아주 작게 반짝여서, 찾고 나면 자꾸 눈이 가요.
반 고흐는 이 그림을 1889년에 그렸어요. 그해 그는 남프랑스 생레미에 있는 요양원에 스스로 들어가 지내고 있었어요. 몸과 마음이 아팠던 시기였지만, 요양원 밖 들판으로 나가 붓을 들었어요.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사이프러스가 계속 마음을 붙잡는다고, 해바라기처럼 사이프러스로도 그림을 만들고 싶다고 적었어요.
레오가 노트를 덮으며 말해요. 저는 이 그림 앞에 서면 바람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 그런데 반 고흐는 이듬해인 1890년에 세상을 떠났어요. 그래서 이 들판의 바람이 더 오래 마음에 남아요.
다음 방에서는 반대로, 모든 것이 조용히 멈춰 있어요. 탁자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말없이 카드를 쥔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