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방의 이야기
바람 부는 들판에서 나오니 방 안이 갑자기 고요해요. 레오가 발소리를 줄이며 속삭여요. 쉿, 판이 한창이에요. 그림 속 세 사람이 작은 탁자에 둘러앉아 카드를 쥐고 있고, 한 사람은 그 뒤에 서서 내려다보고 있어요.
이상한 점이 있어요. 아무도 말하지 않아요. 왼쪽 갈색 웃옷의 남자, 가운데 검은 모자의 남자, 오른쪽 파란 겉옷의 남자 모두 눈을 내리깔고 자기 패만 봐요. 웃음도, 다툼도 없어요. 탁자 위에 돈도 보이지 않아요.
벽 위쪽 가운데를 보세요. 파이프 네 개가 나란히 걸려 있어요. 그리고 탁자 위에도 하얀 파이프 하나가 놓여 있어요. 뒤에 선 남자는 입에 파이프를 문 채 붉은 목수건을 매고 있고요. 레오가 노트에 파이프를 하나씩 세어 그리고는 웃어요. 이 방은 담배 연기 냄새가 날 것만 같네요.
이제 오른쪽 끝의 주황빛 커튼과 남자의 파란 겉옷을 번갈아 보세요. 따뜻한 색과 차가운 색이 맞붙어서 서로를 더 또렷하게 해요. 사람들의 몸도 둥근 기둥이나 상자처럼 단단하게 쌓여 있어요. 얼굴보다 덩어리가 먼저 눈에 들어와요.
폴 세잔은 이 그림을 1890년부터 1892년 사이에 그렸어요. 그는 고향인 남프랑스 엑상프로방스에서 동네 농부들을 모델로 카드놀이 장면을 여러 번 그렸어요. 같은 주제의 그림이 다섯 점 남아 있고, 이 그림은 그중 하나예요.
세잔은 젊을 때 인상주의 화가들과 함께 전시했어요. 하지만 그는 순간의 빛보다 오래 버티는 형태를 붙잡고 싶어 했어요. 그래서 그의 그림은 느리고 무거워요. 뒤 세대 화가들이 그의 그림을 오래 들여다본 것도 그 때문이에요.
다음 방에서는 다시 인상주의로 돌아가요. 하지만 들판이 아니라 집 안, 아주 가까운 자리예요. 물 대야 앞에서 한 여인이 어린아이의 발을 씻기고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