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방의 이야기
조용한 카드놀이 방을 지나 문을 열면, 갑자기 아주 가까운 자리에 서게 돼요. 레오가 한 걸음 물러서며 말해요. 우리가 너무 가까이 왔나 봐요. 마치 남의 집 방 안에서 위를 내려다보는 것 같지요.
한 여인이 어린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대야 물에 아이의 발을 씻기고 있어요. 두 사람의 눈이 똑같이 아래, 물속의 발을 향해 있어요. 가운데 아래쪽을 보세요. 여인의 손이 아이의 작은 발을 감싸 쥐고 있어요. 발가락 하나하나가 물 위로 살짝 보여요.
이번엔 무늬를 찾아볼까요. 여인의 옷은 초록, 연보라, 흰색 줄무늬예요. 바닥에는 붉은 바탕의 무늬 깔개가 깔려 있고, 뒤쪽 초록 배경에는 꽃무늬가 흩어져 있어요. 오른쪽 아래 흰 물주전자에도 분홍 꽃이 그려져 있어요. 레오가 노트를 펴고 줄무늬를 따라 그리다가 고개를 저어요. 이 방은 무늬가 너무 많아서 제 은필이 바빠요.
이렇게 위에서 내려다보는 각도와 가득 찬 무늬 때문에 바닥이 벽처럼 서 있는 듯 납작하게 느껴져요. 미술관은 이것이 1890년대에 카사트가 일본 목판화를 깊이 공부한 흔적이라고 설명해요.
메리 카사트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태어나 파리에서 그림을 그린 화가예요. 그는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들의 전시에 초대받아 함께 작품을 낸 화가였어요. 그리고 여인과 아이의 일상을 가까이서 그린 그림으로 이름을 알렸어요.
이 그림은 1893년에 그려졌고, 같은 해 파리 뒤랑뤼엘 화랑에서 열린 카사트 전시 목록 맨 앞에 실렸어요. 1910년 시카고 미술관이 이 그림을 샀는데, 그 미술관이 처음으로 갖게 된 카사트의 작품이었어요.
왼쪽 아래 구석도 놓치지 마세요. 깔개 무늬 사이에 화가의 서명이 어두운 물감으로 적혀 있어요.
다음 방은 사람 하나 없는 연못이에요. 물 위에 떠 있는 꽃과 하늘이 기다리고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