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방의 이야기
문을 여는 순간 바람 소리가 날 것만 같아요. 하늘의 절반이 검푸른 구름으로 덮였고, 그 틈으로 하얀 빛이 찢어지듯 새어 나와요. 레오가 베레를 꾹 눌러 쓰며 말해요. 우산은 필요 없어요. 이건 그림 속 폭풍이니까요.
먼저 오른쪽 위를 보세요. 언덕 꼭대기에 회색빛 도시가 올라앉아 있어요. 뾰족하게 솟은 탑은 톨레도 대성당의 종탑이고, 그 오른쪽의 네모난 큰 건물은 알카사르라는 성채예요. 건물들이 돌이 아니라 달빛을 바른 것처럼 하얗게 빛나요. 저는 이 도시가 금방이라도 떠오를 것 같아요.
이번엔 가운데 아래로 내려와요. 아치 두 개를 가진 돌다리가 강을 건너요. 타호강 위의 알칸타라 다리예요. 다리 왼쪽 하얀 길에는 손톱보다 작은 사람들이 줄지어 걷고 있어요. 그 아래 강물 속에도 긴 막대를 든 작은 사람들이 서 있어요. 폭풍이 오는데도 사람들은 하던 일을 계속해요.
마지막으로 오른쪽 아래 구석을 찾아보세요. 바위 위에 갈색 글씨가 흘려 쓰여 있어요. 그리스 문자로 쓴 화가의 서명이에요. 레오가 노트를 펼쳐 그 글자를 따라 써 보려다 고개를 갸웃해요. 거울 글씨보다 어렵대요.
엘 그레코는 그리스 사람이라는 뜻의 별명이에요. 그는 지중해의 크레타섬에서 태어나 성화를 그리며 그림을 배웠고, 베네치아와 로마를 거쳐 스페인 톨레도에 자리를 잡았어요. 그리고 1614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 도시에서 살았어요. 이 그림은 1599년에서 1600년 무렵에 그렸어요.
그는 풍경을 거의 그리지 않았어요. 이 그림은 그가 남긴 풍경화 두 점 가운데 하나로 꼽혀요. 그런데 실제 톨레도와 똑같이 그리지는 않았어요. 건물 몇 채의 자리를 옮겨 그렸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에요. 눈에 보이는 대로보다 마음에 남은 대로 그린 도시인 셈이에요. 비현실적인 색과 긴장감 때문에 그는 흔히 매너리즘 화가로 묶여요.
다음 방은 네덜란드예요. 폭풍이 지나간 뒤, 어둠 속에서 한 사람이 조용히 생각에 잠겨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