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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 방

톨레도 풍경

View of Toledo

엘 그레코1599–1600년 무렵캔버스에 유채121.3 × 108.6 cm

이 방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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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여는 순간 바람 소리가 날 것만 같아요. 하늘의 절반이 검푸른 구름으로 덮였고, 그 틈으로 하얀 빛이 찢어지듯 새어 나와요. 레오가 베레를 꾹 눌러 쓰며 말해요. 우산은 필요 없어요. 이건 그림 속 폭풍이니까요.

먼저 오른쪽 위를 보세요. 언덕 꼭대기에 회색빛 도시가 올라앉아 있어요. 뾰족하게 솟은 탑은 톨레도 대성당의 종탑이고, 그 오른쪽의 네모난 큰 건물은 알카사르라는 성채예요. 건물들이 돌이 아니라 달빛을 바른 것처럼 하얗게 빛나요. 저는 이 도시가 금방이라도 떠오를 것 같아요.

이번엔 가운데 아래로 내려와요. 아치 두 개를 가진 돌다리가 강을 건너요. 타호강 위의 알칸타라 다리예요. 다리 왼쪽 하얀 길에는 손톱보다 작은 사람들이 줄지어 걷고 있어요. 그 아래 강물 속에도 긴 막대를 든 작은 사람들이 서 있어요. 폭풍이 오는데도 사람들은 하던 일을 계속해요.

마지막으로 오른쪽 아래 구석을 찾아보세요. 바위 위에 갈색 글씨가 흘려 쓰여 있어요. 그리스 문자로 쓴 화가의 서명이에요. 레오가 노트를 펼쳐 그 글자를 따라 써 보려다 고개를 갸웃해요. 거울 글씨보다 어렵대요.

엘 그레코는 그리스 사람이라는 뜻의 별명이에요. 그는 지중해의 크레타섬에서 태어나 성화를 그리며 그림을 배웠고, 베네치아와 로마를 거쳐 스페인 톨레도에 자리를 잡았어요. 그리고 1614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 도시에서 살았어요. 이 그림은 1599년에서 1600년 무렵에 그렸어요.

그는 풍경을 거의 그리지 않았어요. 이 그림은 그가 남긴 풍경화 두 점 가운데 하나로 꼽혀요. 그런데 실제 톨레도와 똑같이 그리지는 않았어요. 건물 몇 채의 자리를 옮겨 그렸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에요. 눈에 보이는 대로보다 마음에 남은 대로 그린 도시인 셈이에요. 비현실적인 색과 긴장감 때문에 그는 흔히 매너리즘 화가로 묶여요.

다음 방은 네덜란드예요. 폭풍이 지나간 뒤, 어둠 속에서 한 사람이 조용히 생각에 잠겨 있어요.

그림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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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하늘부터 보세요. 파란빛 사이로 회색 구름이 휘몰아치고, 흰 물감이 붓 자국째 번득여요. 번개가 치기 직전처럼 하늘은 어둡고 땅의 풀빛은 이상하게 밝아요. 이 대비 때문에 화면 전체가 숨을 멈춘 것 같아요.

  2. 언덕 꼭대기의 건물들을 확대해 보세요. 뾰족하게 솟은 탑은 톨레도 대성당의 종탑이고, 오른쪽의 네모난 큰 건물은 알카사르라는 성채예요. 건물들은 하얗게 질린 듯한 빛을 받아 어둠 속에서 떠올라요.

  3. 가운데에서 조금 왼쪽, 골짜기를 잇는 아치 다리가 보여요. 타호강을 건너는 알칸타라 다리예요. 아치 안쪽에 흰 물감을 길게 그어 돌다리에 빛이 스치는 모습을 냈어요. 다리 옆으로 탑과 성벽이 이어져요.

  4. 강가로 내려가 볼까요. 어두운 물가에 손가락 마디만 한 사람들이 서 있어요. 그 앞에는 지붕이 뾰족한 작은 건물 두 채가 물가에 서 있어요. 거대한 하늘 아래 사람은 이렇게 작아요.

  5. 오른쪽 아래 구석을 확대해 보세요. 바위 같은 흰 자리에 가는 글씨가 적혀 있어요. 그리스 문자로 쓴 화가의 서명이에요. 엘 그레코는 크레타섬 태생답게 본명 도메니코스 테오토코풀로스를 그리스 문자로 적곤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