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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 방

호메로스 흉상을 바라보는 아리스토텔레스

Aristotle with a Bust of Homer

렘브란트 판 레인1653년캔버스에 유채143.5 × 136.5 cm

이 방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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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은 유난히 어두워요. 눈이 익을 때까지 잠깐 기다려 보세요. 어둠 속에서 넓은 검은 모자를 쓴 남자가 천천히 떠올라요. 레오가 목소리를 낮춰요. 생각하는 사람 앞에서는 조용히 해야 하거든요.

남자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예요. 먼저 왼쪽을 보세요. 그의 오른손이 돌 흉상의 머리 위에 살며시 얹혀 있어요. 흉상의 주인은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의 시인 호메로스예요. 손가락이 머리카락 결을 쓰다듬듯 놓여 있어요. 철학자가 시인의 머리를 만지며 무엇을 묻고 있는 걸까요.

이제 얼굴로 올라가 보세요. 빛은 이마와 코, 그리고 눈가 주름 위로 내려앉아요. 그런데 눈은 흉상을 보는 것 같지 않아요. 시선이 조금 아래, 어딘가 먼 데로 빠져 있어요. 저는 이 눈빛 앞에 서면 저도 모르게 노트를 덮게 돼요.

오른쪽 아래로 내려오면 굵은 금줄이 어깨에서 허리까지 늘어져 있어요. 왼손이 허리께에서 그 줄을 잡고 있고, 손가락에 금반지가 빛나요. 금줄은 물감을 두껍게 올려 울퉁불퉁하게 만들었어요. 가까이 가면 빛이 그 물감 덩어리에 걸려 반짝여요. 이 줄 끝의 메달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였던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얼굴이 있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에요.

흉상 아래 받침도 놓치지 마세요. 어두운 바탕에 렘브란트라는 이름과 1653이라는 숫자가 희미하게 적혀 있어요.

렘브란트 판 레인은 이 그림을 1653년, 암스테르담에서 그렸어요. 주문한 사람은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메시나의 귀족 안토니오 루포였어요. 그 무렵 렘브란트는 큰 집을 사느라 진 빚에 시달렸고, 몇 해 뒤인 1656년에는 파산을 신청해요. 빛과 어둠을 극적으로 맞세우는 바로크의 방법이 그의 붓에서 이렇게 조용한 장면이 되었어요.

이 그림은 1961년 경매에서 230만 달러에 팔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으로 왔어요.

다음 방은 같은 네덜란드, 같은 바로크예요. 하지만 이번에는 창문이 열려 있어요. 창으로 드는 햇살이 기다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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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챙 넓은 검은 모자 아래 얼굴부터 보세요. 눈은 흉상을 향하지만 초점은 어딘가 먼 곳에 있는 것 같아요. 이마의 주름과 눈 밑 그늘이 붓 자국 그대로 남아 있어요. 무언가를 따져 보는 얼굴일까요, 아니면 아쉬워하는 얼굴일까요?

  2. 왼쪽의 흉상을 확대해 보세요. 머리띠를 두르고 수염이 덥수룩한 노인, 호메로스예요. 눈 자리가 움푹 패고 흐릿하게 그려져 있어요. 호메로스는 앞을 보지 못한 시인으로 전해 와요. 아리스토텔레스의 손가락이 그 머리 위에 조심스럽게 놓여 있어요.

  3. 가슴에서 허리로 늘어진 굵은 금사슬을 보세요. 물감을 두껍게 올려 고리마다 빛이 반짝여요. 다른 손은 그 사슬을 쥐고 있고, 손가락에는 반지가 끼워져 있어요. 사슬 끝의 메달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였던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얼굴이 있다고 흔히 풀이해요.

  4. 오른쪽 흰 소매를 가까이 보면 붓질이 그대로 보여요. 물감을 문지르고 긁고 덧발라서 천의 주름이 흔들리는 것처럼 보여요. 멀리서는 부드러운 비단 같은데, 가까이서는 거친 붓 자국뿐이에요.

  5. 흉상 받침 아래쪽, 어두운 곳에 글씨가 있어요. Rembrandt f. 1653, 렘브란트가 1653년에 그렸다는 서명이에요. f는 라틴어로 그렸다는 말의 첫 글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