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방의 이야기
앞 방의 어둠에서 나오니 눈이 부셔요. 이 방은 작아요. 그림도 가로 40센티미터 남짓이라, 레오가 한 걸음 더 다가가자며 손짓해요. 소리를 내면 그림 속 여인이 돌아볼 것 같아서 우리 둘 다 숨을 죽여요.
먼저 왼쪽을 보세요. 여인이 한 손으로 창문을 잡고 있어요. 납으로 이은 유리 조각마다 바깥 하늘이 파랗게 비쳐요. 손가락 끝에는 햇빛이 닿아 따뜻한 분홍빛으로 물들었어요. 이제 머리를 덮은 하얀 천을 보세요. 분명 흰 천인데, 그늘진 곳은 파르스름하고 빛 받은 곳은 따뜻한 잿빛이에요. 저는 이 천을 볼 때마다 흰색 안에 색이 이렇게 많았나 싶어요. 레오가 은필을 들었다가, 흰색 하나를 그리는 데 이렇게 많은 색이 필요하다니, 하고 중얼거려요.
다른 손은 탁자 위의 금빛 주전자를 잡고 있어요. 주전자는 넓은 대야 안에 서 있어요. 대야의 반짝이는 가장자리를 가까이 보세요. 아래 붉은 양탄자 무늬가 거울처럼 흐릿하게 비쳐요. 탁자 오른쪽에는 상자 하나가 놓여 있고, 그 위로 파란 리본이 늘어져 있어요. 뒤쪽 벽에는 커다란 지도가 파란 막대에 걸려 있어요.
요하네스 페르메이르는 1662년 무렵 이 그림을 그렸어요. 그는 네덜란드의 도시 델프트에서 태어나 평생 그곳에서 일했어요. 남은 그림은 서른다섯 점 남짓이고, 대부분 이렇게 창가의 조용한 방 안 장면이에요. 그는 비싼 파란 물감 울트라마린을 즐겨 쓴 화가로 알려져 있어요.
그 시절 네덜란드에서는 상인과 시민들이 집에 걸 그림을 샀어요. 그래서 성인이나 왕 대신 집 안의 하루가 그림의 주인공이 되었어요. 페르메이르는 1675년, 마흔셋의 나이에 빚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어요.
다음 방에서는 조용한 창가를 떠나 감옥으로 가요. 독이 든 잔을 앞에 두고도 말을 멈추지 않는 철학자가 기다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