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 화장대 앞에 앉은 여인의 머리에 시녀가 분홍 꽃 한 송이를 꽂아 주려는 순간을 그린 족자예요.
- 청나라 궁정 화가 냉매가 18세기 초에 비단 위에 먹과 색으로 그렸어요.
- 높이 1.7m에 가까운 화면에 옻칠 상자의 꽃무늬, 머리 장식의 진주 한 알까지 가는 붓으로 꼼꼼히 그려 넣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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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머리 위를 확대해 보세요. 시녀가 엄지와 손가락 끝으로 분홍 꽃 한 송이를 집어 들고 있어요. 바로 아래 틀어 올린 검은 머리에는 금빛 비녀가 꽂혀 있고, 비녀 끝에 진주 줄이 늘어져 있어요. 왼쪽에는 초록과 금빛의 머리 장식이 보여요.
탁자 위 검은 상자를 보세요. 두 단으로 된 상자의 뚜껑과 옆면에 금빛으로 꽃과 꽃이 핀 나뭇가지가 그려져 있어요. 모서리마다 금빛 줄을 둘렀어요. 화장 도구나 장신구를 담아 두는 옻칠 상자처럼 보여요.
여인 뒤쪽 선반으로 가 보세요. 손잡이가 둥글게 휜 찻주전자가 놓여 있고, 그 아래에는 쇠 장식이 달린 상자와 납작한 상자들이 쌓여 있어요. 창문에는 가는 발이 드리워 있어요. 이 방 주인의 살림살이가 하나하나 보여요.
왼쪽 탁자 끝, 울퉁불퉁한 덩어리를 확대해 보세요. 동그란 구멍이 숭숭 뚫리고 겹겹이 휘감긴 모양이에요. 그 사이로 연한 하늘색 천이 흘러내려 있어요. 오래된 나무뿌리나 구멍 뚫린 돌을 닮은 장식물이 화장대 곁을 지키고 있어요.
탁자 다리 아래 바닥을 보세요. 바닥 위에 가는 선들이 비스듬히 그어져, 안쪽으로 갈수록 좁아지듯 뻗어 나가요. 탁자 다리 끝에는 금속 덮개가 씌워져 있고, 그 옆으로 초록색 북 모양 의자가 보여요. 바닥선 덕분에 방에 깊이가 생겨요.
이 그림이 그려진 때
18세기 초 베이징. 청나라 강희제의 궁정에는 황제를 위해 붓을 드는 화가들이 있었어요. 산둥 지방 자오저우에서 온 냉매도 그중 한 사람이었어요.
냉매의 스승은 궁정 화가 초병정이었어요. 초병정은 천문과 달력을 맡은 관청 흠천감에서 일하며 서양 선교사들에게서 원근법을 익혔어요. 강희제의 명으로 농사짓고 누에 치는 모습을 담은 「경직도」를 그린 화가이기도 해요. 냉매는 이 스승의 그림법을 이어받아, 멀어질수록 좁아지는 서양식 공간을 자주 함께 썼어요.
궁정 화가 냉매는 황제의 큰일에도 붓을 보탰어요. 강희제가 여름을 나던 러허(오늘의 청더)의 별궁, 피서산장을 내려다본 큰 족자가 그의 대표작으로 꼽혀요. 산과 호수와 전각이 한 화면에 빽빽이 들어간 그림이에요.
그래도 냉매의 이름을 널리 알린 건 아름다운 여인 그림이었어요. 이런 그림 속 여인은 실제 한 사람의 초상이라기보다, 그 시대 사람들이 우아하다고 여긴 옷차림과 몸가짐, 방 안 꾸밈을 모아 보여 주는 그림이었어요. 청나라 황실의 그림 목록 『석거보급』에도 그의 그림 여러 점이 올라 있어요. 이 족자는 300년쯤 지난 2024년에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품이 되었어요.
다시 그림을 보세요. 양옆으로 젖혀진 푸른 휘장 사이로, 우리는 무대를 엿보듯 방 안을 들여다보게 돼요. 시녀가 꽃을 꽂으려는 한순간이 그 휘장 사이에 그대로 멈춰 있어요.
함께 생각해 볼 질문
- 찾아보기오른쪽 위 창밖에 희미하게 그려진 커다란 파초 잎을 찾을 수 있나요?
- 왜일까냉매는 왜 여인의 얼굴보다 방 안의 상자와 선반, 바닥까지 이렇게 자세히 그렸을까요?
- 나라면그림 속 여인은 남이 꽂아 주는 꽃으로 꾸며지고 있어요. 오늘날 우리가 외모를 꾸미는 건 내가 원해서일까요, 남의 눈 때문일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