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출출해지는 그림이에요. 가운데에는 청포도와 검은 포도가 바구니 가득 쌓여 있어요. 그 앞에서는 반으로 자른 멜론이 속을 드러내고, 왼쪽 접시에는 주황빛 과일이 소복해요. 그런데 이 풍성한 상에서 가장 오래 들여다보게 되는 건 화려한 과일이 아니에요. 오른쪽 아래, 수수한 빵 세 덩이예요.
제목은 「오후의 간식 (라 메리엔다)」예요. 메리엔다는 스페인 사람들이 오후에 가볍게 먹는 간식을 부르는 말이에요. 이 그림을 그린 루이스 멜렌데스는 18세기 스페인 화가예요. 1716년에 나폴리에서 태어나 1780년에 마드리드에서 세상을 떠났어요. 이 그림은 1772년 무렵에 그렸어요.
이제 맨 앞의 빵을 크게 보세요.
둥근 빵의 윗부분이 크게 갈라져 있어요. 매끈한 겉껍질은 노릇한 갈색이에요. 갈라진 틈 사이로는 더 밝고 거친 속살이 보여요. 결이 찢어진 듯 일어나 있고, 작은 구멍들이 송송 나 있어요.
같은 갈색인데도 껍질과 속살이 전혀 다르게 보여요. 껍질은 붓을 부드럽게 눌러 반들반들하게 칠했어요. 속살은 짧고 밝은 붓질을 겹쳐 보슬보슬한 느낌을 냈어요. 손을 대면 부스러기가 묻어날 것 같아요. 빵 껍질 위에 점점이 찍힌 작은 자국까지 그려 두었어요.
이 갈라진 자리는 구우면서 터진 걸까요, 누군가 손으로 뜯은 걸까요? 그림만으로는 알 수 없어요. 그런데 빵 바로 아래를 보면 단서가 하나 있어요.
빵 밑에 칼 한 자루가 깔려 있어요. 칼날은 빵 아래로 들어가 있고, 노란 손잡이만 우리 쪽으로 나와 있어요. 손잡이와 칼날 사이의 금속 테두리에 빛이 반짝 맺혀 있어요. 누군가 곧 이 칼을 집어 들 것만 같아요.
멜렌데스는 다른 재료도 이렇게 그렸어요. 멜론 껍질에는 그물 같은 무늬를 한 올 한 올 그렸고, 앞쪽 바닥에 놓인 자두처럼 보이는 열매에는 하얀 분이 뽀얗게 앉아 있어요. 매끈한 것, 거친 것, 보송한 것이 한 탁자에 모여 있어요.
뒤쪽 그릇들도 저마다 다른 빛을 내요. 왼쪽에는 쇠 손잡이가 달린 구리 그릇이 붉게 빛나고, 그 앞 누런 대야 위에는 회색 뚜껑이 비스듬히 얹혀 있어요. 오른쪽 위 나무통에서는 끈으로 묶은 병목이 삐죽 나와 있어요. 이 모든 것이 가로 153.7센티미터의 큰 캔버스 위에 실제처럼 놓여 있어요.
멜렌데스는 스페인 왕실을 위해 정물화를 여러 점 그렸어요. 그 그림들은 지금 대부분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에 있어요. 하지만 그는 끝내 궁정 화가 자리를 얻지 못했어요. 그의 정물은 대개 어두운 배경 앞 탁자 위에 놓여 있는데, 이 그림은 뒤로 나무와 하늘과 먼 산이 펼쳐진 바깥 풍경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