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 공기가 무거워요. 흰 옷을 입은 젊은 여인이 바닥에 주저앉아 고개를 떨구고 있어요. 그 뒤에서는 나이 든 여인이 젊은 남자 곁에 바짝 붙어 서서 한쪽을 노려봐요. 남자는 한 손을 머리에 얹고 있어요. 그리고 나이 든 여인의 검지가 바닥을 가리켜요. 무엇을 가리키는 걸까요?
이 그림은 프랑스 화가 장바티스트 그뢰즈가 1756년에 그린 「깨진 달걀」이에요. 그뢰즈는 평범한 집에서 벌어지는 일을 연극의 한 장면처럼 그려, 보는 사람에게 교훈을 건네는 그림으로 이름을 얻었어요.
그 손끝을 따라 내려가 보세요.
엮은 바구니가 옆으로 넘어져 있고, 흰 천 사이로 달걀이 쏟아져 나와 있어요. 대부분은 아직 멀쩡해요. 그런데 맨 앞의 하나는 껍데기가 깨져 노른자가 바닥에 흘러 있어요. 바구니 옆에는 분홍과 푸른 리본을 단 밀짚모자도 떨어져 있어요.
18세기 프랑스 그림에서 깨진 달걀은 그냥 깨진 달걀이 아니었어요. 한번 깨지면 되돌릴 수 없는 것, 곧 잃어버린 순결을 빗대는 표시로 읽혔어요. 그래서 이 그림은 젊은 여인과 남자 사이에 있었던 일을 말 대신 달걀로 들려줘요.
이제 가운데 두 사람을 보세요.
나이 든 여인이 남자의 팔에 자기 팔을 걸고, 다른 손으로는 남자의 손을 꽉 붙잡고 있어요. 남자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붙든 것처럼 보여요. 걸친 팔 끝에서 여인의 검지가 바닥의 달걀을 가리켜요.
얼굴도 보세요. 나이 든 여인은 눈썹을 세우고 입을 벌린 채 날카롭게 한쪽을 봐요. 남자는 모자 쓴 머리에 손을 대고, 눈만 옆으로 돌려 여인의 눈치를 살피는 듯해요. 붉은 조끼와 보랏빛 망토가 이 방에서 가장 화려한 옷이에요.
오른쪽 아래 꼬마도 놓치지 마세요.
곱슬머리 아이가 나무통 옆에 몸을 숙이고 우리를 흘끔 쳐다봐요. 두 손에 흰 것을 쥐고 있고, 그 아래로 무언가 흘러내리는 것처럼 보여요. 통 옆에는 활처럼 휜 막대가 걸려 있어요. 어른들의 다툼 옆에서 아이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요?
방은 낡고 어두워요. 왼쪽 창으로 들어온 빛이 벽을 비추고, 창 옆 벽에는 엮은 바구니가 매달려 있어요. 이런 소박한 시골 방 안에서 그뢰즈는 인물의 얼굴과 손짓에 빛을 모아요. 그중에서도 가장 밝은 곳은 바닥에 앉은 젊은 여인의 흰 옷과 푸른 치마, 그리고 그 앞에 쏟아진 흰 달걀들이에요.
그뢰즈는 1755년부터 몇 해 동안 이탈리아에 머물렀어요. 이 그림도 그 무렵 로마에서 그렸고, 1757년 파리 살롱 전시회에 걸렸어요. 철학자 드니 디드로는 살롱 전시회 평론에서 그뢰즈의 이런 도덕적인 그림들을 여러 번 높이 칭찬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