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에요. 천막 앞 무대에 악사들이 줄지어 서 있고, 가운데에는 뾰족한 모자를 쓴 사람이 트롬본을 들고 서 있어요. 아래에서는 모자 쓴 구경꾼들이 검은 그림자가 되어 무대를 올려다봐요.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면 이 장면은 흩어지고, 셀 수 없이 많은 점만 남아요.
이 그림은 조르주 쇠라가 1887년부터 1888년에 걸쳐 그린 「서커스 선전 공연」이에요. 프랑스어 제목의 '파라드'는 서커스 천막 밖에서 펼치던 짧은 무료 공연을 말해요.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아 표를 사서 안으로 들어오게 하려는 공연이었어요.
먼저 그림 맨 위를 보세요.
짙은 파랑 바탕 위에 왕관처럼 갈라진 불꽃 하나가 떠 있어요. 불꽃은 연한 주황빛과 흰빛의 짧은 붓 자국으로 되어 있어요. 둘레의 어둠은 파란 점과 주황 점을 섞어 찍어 만들었어요. 이런 불꽃이 화면 위쪽을 따라 아홉 개 늘어서 이 밤 무대를 밝혀요.
쇠라는 물감을 팔레트에서 섞지 않고, 작은 점으로 나란히 찍었어요. 조금 떨어져서 보면 우리 눈이 그 점들을 섞어 하나의 색으로 느껴요. 이 방법을 흔히 점묘법이라고 불러요.
쇠라는 몇 해 전 큰 그림 「그랑드자트섬의 일요일 오후」로 이 방법을 사람들 앞에 내놓았어요. 그 그림은 햇빛 가득한 강가의 오후였어요. 이번에는 밤이에요. 쇠라는 같은 점으로 어둠과 인공 불빛을 그려야 했어요.
가운데 트롬본 연주자를 보세요.
뾰족한 모자 아래, 얼굴이 있어야 할 자리가 뿌옇게 흐려 있어요. 눈도 코도 입도 또렷하지 않아요. 몸은 보라와 짙은 파랑 점이 모여 생긴 긴 그림자처럼 서 있어요. 손에 쥔 트롬본만 노르스름한 가는 선으로 빛을 받아요.
무대 오른쪽 위에는 둥근 등이 다섯 개 더 있어요. 이 등도 선으로 그린 동그라미가 아니라, 짧은 붓 자국과 점이 모여 생긴 빛 덩어리예요. 등 바로 둘레에도 어둠의 점들이 빽빽하게 다가와 있어요.
왼쪽으로 눈을 돌리면 둥근 모자를 쓴 악사 세 사람이 난간 뒤에 나란히 서서 악기를 불고 있어요. 세 사람의 자세가 거의 똑같아요. 그 앞에는 잎이 하나도 없는 나무가 가지를 뻗고 있어요. 줄기와 가지도 파란 점이 모여 생긴 선이에요.
이제 맨 아래 구경꾼을 보세요.
둥근 모자를 쓴 남자의 뒷모습이에요. 얼굴도 옷 주름도 없이, 파란 점으로 채운 실루엣이에요. 그 안에도 주황 점이 군데군데 박혀 있어요. 우리는 그의 뒤에 서서 같은 무대를 보고 있는 셈이에요.
쇠라는 1891년, 서른한 살에 세상을 떠났어요. 이 그림을 마친 뒤 겨우 몇 해 뒤의 일이에요. 그 짧은 시간 동안 그는 점 하나하나를 찍어 이런 큰 그림을 여러 점 남겼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