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 숨은 이야기 ·

히로시게는 빗줄기를 어떻게 나무에 새겼을까요

머리카락처럼 가는 회색 빗줄기 수백 개. 붓이 아니라 칼로 깎아 찍은 선이에요.

우타가와 히로시게, 쓰치야마의 봄비 (도카이도 오십삼차), 1834–35년

쓰치야마의 봄비 (도카이도 오십삼차)

Spring Rain at Tsuchiyama, from the series Fifty-three Stations of the Tōkaidō

우타가와 히로시게1834–35년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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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을 그림으로 그린다면 어떻게 하겠어요? 빗방울을 동그랗게 찍을까요, 파란 줄을 그을까요? 히로시게는 머리카락처럼 가는 회색 선을 화면 가득 내리그었어요. 그런데 이 선들은 붓으로 그은 게 아니라, 나무판에 새겨서 찍은 거예요.

이 그림은 우타가와 히로시게가 1834~35년에 펴낸 판화 연작 가운데 한 장인 「쓰치야마의 봄비 (도카이도 오십삼차)」예요. 도카이도는 에도(지금의 도쿄)와 교토를 잇던 큰길이에요. 히로시게는 이 길의 역참 쉰세 곳에 출발점과 도착점을 더해, 모두 쉰다섯 장으로 연작을 만들었어요.

위쪽에는 '도카이도 오십삼차 가운데, 쓰치야마'라는 제목이 쓰여 있고, 붉은 칸 안에는 '봄비'라고 적혀 있어요. 그 오른쪽에는 히로시게의 서명이 있어요.

먼저 빗줄기를 크게 보세요.

가는 회색 선이 위에서 아래로 촘촘히 내려와요. 똑바로 선 선도 있고, 살짝 기운 선도 있어서 서로 엇갈려요. 길이도 굵기도 조금씩 달라요. 그래서 비가 한 방향으로 딱딱하게 내리지 않고, 바람에 조금씩 흔들리는 것처럼 보여요.

목판화는 화가가 밑그림을 그리면, 새김꾼이 나무판을 깎고, 찍는 장인이 색마다 판을 바꿔 가며 종이에 찍어 만들어요. 나무판에 선을 남기려면 그 선의 양쪽을 모두 파내야 해요. 머리카락 같은 빗줄기 하나하나의 둘레를 칼로 파낸 셈이에요.

이번에는 다리 위의 사람들을 보세요.

노란 삿갓을 쓴 사람들이 고개를 푹 숙이고 다리를 건너요. 빨간 옷과 청록 옷이 번갈아 이어지고, 청록색 상자에는 둥근 무늬가 찍혀 있어요. 위로는 긴 장대가 비스듬히 누워 있어요. 빗줄기는 이 사람들 위로도 그대로 지나가요.

얼굴은 거의 보이지 않아요. 모두 비를 피하려 몸을 앞으로 기울였기 때문이에요. 삿갓 몇 개와 기운 등만으로, 무거운 짐을 지고 빗속을 걷는 발걸음이 느껴져요.

오른쪽 아래 물살도 보세요.

오른쪽에서 파란 물이 하얗게 부서지며 흘러요. 짙은 파랑이 옅은 파랑으로 번지듯 이어져요. 판에 물감을 고르게 바르지 않고 일부러 짙고 옅게 묻혀 찍는 이 기법을 일본에서는 보카시라고 불러요. 그 위로도 빗줄기가 비스듬히 그어져 있어요.

쓰치야마는 지금의 시가현에 있던 역참이에요. 동쪽에서 오면 스즈카 고개를 넘어 닿는 곳이었어요. 그 고개를 오가던 마부들의 옛 노래에는 쓰치야마에 비가 내린다는 구절이 있어요.

히로시게의 비는 바다 건너까지 갔어요. 빈센트 반 고흐는 1887년 히로시게의 다른 비 오는 판화를 유화로 따라 그렸어요. 선으로 그은 비가 유럽 화가의 눈에도 새롭게 들어온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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