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젊은 여자가 식탁 앞에 앉아 졸고 있어요. 오른손으로 턱을 괴고, 눈꺼풀은 거의 다 내려왔어요. 앞에는 무늬가 화려한 양탄자가 식탁보처럼 덮여 있고, 하얀 항아리와 과일 접시가 놓여 있어요. 방 안은 조용해요.
그런데 그림 오른쪽에 문이 하나 비스듬히 열려 있어요. 그 너머로 다른 방이 보여요. 아무도 없는 방이에요. 그런데 이 빈 문간에는 비밀이 하나 있어요. 처음부터 비어 있던 곳이 아니었거든요.
이 그림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가 1656년에서 1657년 무렵 그린 「잠든 하녀」예요. 크기는 세로 87.6센티미터, 가로 76.5센티미터예요. 페르메이르가 남긴 그림은 다 합쳐도 40점이 채 안 되는데, 이 그림은 그중 비교적 이른 시기의 것이에요.
먼저 열린 문 너머를 크게 보세요.
밝은 바닥 위에 붉은 천을 덮은 탁자가 하나 있어요. 그 위 벽에는 액자 하나가 걸려 있어요. 문짝 모서리에는 작은 열쇠 구멍과 고리가 보여요. 어둑한 앞방과 달리, 뒷방은 어디선가 들어온 빛으로 환해요.
그런데 엑스선 사진 같은 기술 조사로 이 그림을 들여다보자, 물감 아래에서 지금은 보이지 않는 것들이 나왔어요. 처음에 페르메이르는 뒷방에 한 남자를, 문간에는 개 한 마리를 그려 두었어요. 그리고 나중에 둘 다 물감으로 덮어 지웠어요.
이제 개가 있던 자리, 문지방 근처를 보세요.
지금은 누르스름한 빈 바닥과 문틀의 어두운 선만 남아 있어요. 아무리 들여다봐도 개도 사람도 보이지 않아요. 그림 아래에 숨은 흔적은 특별한 기계로만 볼 수 있어요.
남자와 개가 그대로 있었다면 이 그림은 어떤 이야기가 되었을까요. 누가 막 들어왔거나 나갔다는 사건이 생겼을 거예요. 페르메이르는 그 사건을 지웠어요. 그래서 우리는 빈 문간을 보며 스스로 묻게 돼요. 방금 누가 다녀갔을까, 아니면 아무도 오지 않았을까.
이 그림이 1696년 암스테르담 경매에 나왔을 때 목록에는 식탁에서 잠든 술 취한 하녀라는 설명이 붙었어요. 하지만 그림 속에 술에 취했다는 분명한 표시는 없어요. 다시 여자의 얼굴로 돌아가 보세요.
손에 기댄 얼굴이 살짝 기울었어요. 귀에는 작은 귀걸이가 빛나고, 흰 깃이 어깨를 덮었어요. 졸음이 왜 왔는지, 그림은 끝까지 말해 주지 않아요.
페르메이르는 네덜란드 델프트에 살며 이런 조용한 방 안 그림을 그렸어요. 그는 빛과 물건, 혼자 있는 사람의 한순간을 보여 주고 이야기는 열어 두곤 해요. 이 그림에서는 그가 이야기를 열어 두기로 정한 흔적을 실제로 만날 수 있어요. 문간에 있던 남자와 개를 지운 바로 그 선택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