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앞에 서면 제일 먼저 눈이 가는 곳이 있어요. 오른쪽 가장자리에서 불쑥 튀어나온 여자의 얼굴이에요. 몸의 절반은 화면 밖에 있고, 얼굴은 센 빛을 받아 어둠 속에서 하얗게 떠올라요. 그런데 그 얼굴이 초록색이에요.
이 그림은 앙리 드 툴루즈로트레크가 1892년에서 1895년 사이에 그린 「물랭 루주에서」예요. 물랭 루주는 1889년에 문을 연 파리 몽마르트르의 유흥장이에요. 술을 마시며 노래와 춤을 즐기던 곳이었고, 그중에서도 이름난 곳이었어요. 시카고 미술관에 따르면 툴루즈로트레크는 이곳 단골이었고, 늘 맡아 둔 자리까지 있었어요.
얼굴을 크게 보세요.
뺨과 이마는 푸르스름한 초록이에요. 눈두덩과 콧방울에는 하얀 빛이 얹혀 있고, 입술만 새빨개요. 콧구멍 안쪽에는 연보라가 살짝 들어갔어요. 그림자가 져야 할 눈 밑까지 하얗게 빛나서, 얼굴이 가면처럼 보여요.
시카고 미술관은 이 여자를 가수 메이 밀턴이라고 소개해요. 그리고 이 초록이 그냥 엉뚱한 색이 아니라고 설명해요. 물랭 루주는 처음부터 전깃불을 쓰도록 지어진 곳이었어요. 툴루즈로트레크는 인공조명이 사람 얼굴에 만드는 강한 번쩍임을 그림의 재료로 즐겨 썼어요.
햇빛 아래에서라면 사람 얼굴을 이렇게 칠하지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밤의 실내에서, 낯선 불빛을 정면으로 받은 얼굴은 정말로 우리가 아는 살색이 아니게 보일 수 있어요. 화가는 예쁘게 다듬는 대신 그 순간 눈에 보인 색을 택했어요.
이번에는 탁자에 앉은 사람들 쪽으로 가 보세요.
모자를 쓴 여자의 얼굴도 누르스름한 흰빛이에요. 붉은 입술, 푸르스름한 눈가가 메이 밀턴의 얼굴과 닮았어요. 같은 불빛이 홀 안의 모든 얼굴을 비추고 있는 거예요. 뒤쪽 벽에도 초록과 주황 붓질이 세로로 길게 흘러내려요.
시카고 미술관은 탁자에 앉은 사람들이 화가 주변의 실제 인물들이라고 알려 줘요. 무용수 제인 아브릴과 라 마카로나, 사진가 폴 세스코, 시인 에두아르 뒤자르댕, 포도주 상인 모리스 기베르예요. 뒤쪽에서 두 팔을 올려 머리를 매만지는 사람은 무용수 라 굴뤼예요.
그럼 이 모두를 지켜본 화가는 어디 있을까요? 그림 가운데 뒤쪽을 보세요.
실크해트를 쓴 키 큰 남자 옆에 중절모를 쓴 작은 남자가 있어요. 수염을 기른 옆얼굴이에요. 이 사람이 툴루즈로트레크 자신이에요. 옆의 키 큰 남자는 그의 사촌으로, 의사였던 가브리엘 타피에 드 셀레랑이에요.
툴루즈로트레크는 10대 초반에 두 다리가 차례로 부러진 뒤 다리가 더 자라지 않아 키가 작았어요. 그는 그런 자기 모습을 숨기지 않고, 키 큰 사촌 바로 옆에 나란히 그려 넣었어요. 그리고 홀의 불빛 속 얼굴들을 바깥에서가 아니라 그 한가운데서 바라봤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