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 숨은 이야기 ·

모자 가게의 이 여인은 손님일까요, 점원일까요

모자가 가득한 가게에 앉은 한 여인. 드가는 그의 머리 위에 슬쩍 장난을 숨겨 두었어요.

에드가 드가, 모자 가게, 1879–86년

모자 가게

The Millinery Shop

에드가 드가1879–86년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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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들이 둥둥 떠 있는 것 같은 그림이에요. 왼쪽에는 연분홍 모자에 노란 리본이 풍성하게 달려 있고, 그 뒤로 짙은 붉은 모자가 보여요. 앞쪽 탁자에는 파란 리본을 단 하얀 모자가 놓여 있어요. 왼쪽 모자들은 가느다란 받침대 위에 얹혀 있어요.

오른쪽에는 한 여인이 앉아 있어요. 초록빛 옷을 입고, 긴 팔을 뻗어 주황빛 모자 하나를 들어 올려 들여다봐요. 눈은 내리깔았고 입술은 꼭 다물었어요. 이 사람은 모자를 고르러 온 손님일까요, 모자를 만드는 점원일까요?

제목은 「모자 가게」예요. 에드가 드가가 그렸고, 미술관은 이 그림의 연도를 1879년에서 1886년 사이로 적어요. 드가는 1880년대에 모자 가게와 모자 만드는 여성들을 여러 번 그렸어요. 이 그림은 그 가운데 가장 큰 유화예요. 세로 100센티미터, 가로 110.7센티미터로 거의 정사각형이에요. 그런데 모자들이 화면의 왼쪽과 가운데를 차지하고, 정작 사람은 오른쪽 가장자리로 밀려나 있어요.

먼저 여인의 손을 크게 보세요.

여인은 팔꿈치까지 올라오는 긴 장갑을 끼고 있어요. 장갑 낀 손이 모자 아래쪽을 가볍게 받치고 있어요. 모자 가장자리는 깃털처럼 보송보송하게 칠했어요. 이 긴 장갑과 초록색 모직 옷은 그 시절 부유한 손님도, 가게 점원도 입을 만한 차림이었어요.

그래서 옷만 봐서는 답을 알 수 없어요. 그런데 손님과 점원을 가를 단서가 하나 있어요. 여인의 머리 위를 보세요.

여인은 자기 모자를 쓰고 있지 않아요. 그 시절 상류층 젊은 여성이라면 모자를 쓰고 있는 것이 당연했어요. 모자를 쓰지 않은 걸 보면 이 사람은 가게에서 일하는 사람 쪽에 가까워요.

그런데 드가는 여기서 장난을 쳐요. 여인의 머리 바로 뒤에 챙이 넓은 모자가 하나 있어요. 챙 위에는 연두색과 흰 꽃이 소복하고, 연둣빛 리본이 길게 늘어져 있어요. 이 모자가 꼭 여인의 머리 위에 얹힌 것처럼 보이게 자리를 잡았어요. 한 걸음 물러서서 보면, 여인은 꽃 달린 모자를 쓴 숙녀처럼 보이기도 해요.

이번엔 여인의 얼굴을 가까이 보세요.

모자들은 색이 화사한데, 얼굴은 분홍과 흰색을 툭툭 얹어 빠르게 그렸어요. 눈썹과 눈은 짧은 선 몇 개뿐이에요.

드가는 이 그림 하나를 위해 이 여인만 따로 소묘와 파스텔로 여러 번 그렸어요. 자세를 다듬고 옷차림도 바꿔 가며 시험했어요. 그 시절 모자 만드는 일은 솜씨와 안목이 필요한 존중받는 기술이었어요. 이 일에서 성공한 젊은 여성들은 조금씩 사회적 지위가 올라가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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