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색 비단 드레스를 입은 화가가 이젤 앞에 앉아 고개를 돌려요. 손에는 붓과 팔레트, 표정에는 여유가 있어요. 그런데 이 그림의 주인공은 그녀 혼자가 아니에요. 의자 뒤에서 두 젊은 여성이 몸을 붙이고 서서 캔버스를 들여다보고 있어요.
아델라이드 라비유기아르가 1785년에 그린 「두 제자와 함께 있는 자화상」이에요. 세로가 2미터를 넘어요(210.8센티미터). 그림 속 사람들이 실제 사람 크기로 서 있는 셈이에요. 미술관에 적힌 정식 이름에는 두 제자의 이름까지 들어 있어요. 마리 가브리엘 카페와 마리 마르그리트 카로 드 로즈몽이에요.
먼저 두 제자를 가까이 보세요.
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있어요. 뒤쪽 제자는 푸른 머리띠를 하고 우리를 똑바로 봐요. 앞쪽 제자는 얇은 레이스 모자를 쓰고, 고개를 숙여 스승의 캔버스를 바라봐요. 한 사람은 우리를, 한 사람은 그림을 보고 있어요.
이 그림이 그려지기 두 해 전, 1783년에 라비유기아르는 프랑스 왕립 회화 조각 아카데미의 회원이 되었어요. 같은 날 엘리자베트 비제 르브룅도 회원이 되었어요. 아카데미 회원이 된다는 건 화가로서 나라가 인정하는 자리에 오른다는 뜻이었어요.
그런데 그 문은 아주 좁았어요. 당시 아카데미는 여성 회원을 한꺼번에 네 명까지만 두었어요. 남성 화가들에게는 그런 제한이 없었어요. 게다가 여성은 아카데미 학교에서 살아 있는 모델을 보고 그리는 수업을 들을 수 없었어요.
그러니 여성이 화가가 되려면 누군가 따로 가르쳐 줘야 했어요. 라비유기아르는 여성 제자들을 받아 직접 가르쳤어요. 이 그림은 그 사실을 아카데미 전시회, 곧 1785년 살롱을 찾은 사람들 앞에 크게 내건 그림이었어요.
이제 이젤 아래쪽을 보세요.
이젤 아래쪽 나무판에 작은 글씨가 있어요. 앞부분은 액자에 살짝 가렸지만 읽을 수 있어요. 라비유 다음에 짧게 줄인 말이 하나 붙고, 기아르, 그 아래에 1785. 줄인 말은 아내라는 뜻의 프랑스어 팜이에요. 기아르의 아내가 된 라비유라는 서명이에요. 결혼한 뒤에도 자기 집안 이름을 앞에 두고 서명했어요.
다시 그림 전체를 보세요. 화가가 앉은 자리 왼쪽 어둠 속에는 나이 든 남자의 흉상과 조각상이 희미하게 서 있어요. 오른쪽 아래 붉은 의자 위에는 둘둘 만 종이와 천이 놓여 있어요. 그림 공부에 쓰는 물건들이 작업실 곳곳에 있어요.
두 제자의 뒷날도 이 그림을 다르게 읽게 해 줘요. 미술관 이름표에 적힌 연도를 보면 카로 드 로즈몽은 1788년, 스물세 살 무렵에 세상을 떠났어요. 이 그림이 그려진 지 세 해 뒤예요. 카페는 1818년까지 살며 화가로 활동했고, 특히 작은 초상화로 이름을 얻었어요.
라비유기아르는 그 뒤에도 여성 화가의 자리를 넓히려 했어요. 프랑스 혁명이 일어난 뒤인 1790년, 그녀는 아카데미에서 여성 회원 수의 제한을 없애자고 주장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