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 숨은 이야기 ·

식탁 위 손등에 찍힌 작고 붉은 점 하나

두 제자는 왜 이렇게 놀랐을까요? 답은 손등의 작은 붉은 점에 있어요.

디에고 벨라스케스, 엠마오의 저녁 식사, 1622–23년

엠마오의 저녁 식사

The Supper at Emmaus

디에고 벨라스케스1622–23년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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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식탁에 세 사람이 앉아 있어요. 오른쪽 젊은 남자가 갑자기 팔을 뻗어 손바닥을 펴 들어요. 뒤에 앉은 나이 든 남자는 눈을 크게 뜨고 몸을 앞으로 내밀어요. 그런데 왼쪽에 앉은 사람은 조용히 위를 올려다볼 뿐이에요.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이 그림은 디에고 벨라스케스가 1622년에서 1623년 사이에 그린 「엠마오의 저녁 식사」예요. 벨라스케스는 1599년에 태어났으니, 이 그림을 그릴 때 겨우 스물세 살 안팎이었어요. 캔버스는 세로 123.2센티미터, 가로 132.7센티미터로 거의 정사각형이에요. 식탁에 둘러앉은 세 사람이 화면을 꽉 채워요.

이야기는 성경 누가복음에 나와요. 예수가 십자가에서 죽은 지 사흘째 되는 날, 두 제자가 엠마오라는 마을로 걸어가고 있었어요. 낯선 사람이 길동무가 되었고, 날이 저물자 제자들은 그를 저녁 식탁에 청했어요. 그가 빵을 들어 축복하고 떼어 줄 때, 제자들은 비로소 그가 다시 살아난 예수라는 것을 알아봐요.

그럼 무엇이 제자들의 눈을 뜨게 했을까요? 식탁 위 손을 크게 보세요.

왼쪽 사람의 두 손이 식탁보 위에 포개져 있어요. 위에 얹은 손등 한가운데에 작은 붉은 자국이 있어요. 손톱만 한 크기지만, 둘레보다 짙은 붉은색이라 한번 눈에 들어오면 계속 보여요. 십자가에 못 박혔던 자리예요.

벨라스케스는 이 사람이 누구인지 큰 소리로 말하지 않아요. 빛나는 옷도,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줄기도 없어요. 분홍빛 옷을 입은 평범한 젊은 남자의 손등에 붉은 점 하나를 찍었을 뿐이에요.

머리 둘레도 보세요.

머리 왼쪽 위로 아주 가는 흰 선이 둥글게 지나가요. 성인을 그릴 때 쓰는 후광이에요. 그런데 금빛 원판이 아니라 머리카락 한 올처럼 가늘어서, 멀리서 보면 거의 보이지 않아요.

이렇게 신성한 이야기를 평범한 사람의 모습으로 그리는 방식은 벨라스케스가 고향 세비야에서 익힌 것이었어요. 그는 세비야에서 화가 프란시스코 파체코에게 그림을 배웠고, 젊은 시절 부엌과 식탁, 그릇과 음식을 즐겨 그렸어요. 아일랜드 국립미술관에 있는 「엠마오의 저녁 식사가 있는 부엌의 하녀」에서는 같은 이야기가 부엌 뒤편 작은 창 너머로 조그맣게 보여요.

그 부엌 그림 솜씨가 이 그림의 식탁에도 있어요.

흰 사발 하나, 그 옆의 둥근 초록 열매, 식탁보 위에 비스듬히 놓인 칼. 사발 테두리에는 빛이 닿아 하얗게 빛나고, 열매 아래 식탁보에는 작은 그림자가 드리워져요. 주름진 식탁보의 흰색도 한 가지 흰색이 아니라 빛이 닿은 곳과 그늘진 곳이 또렷이 갈려요.

어두운 배경 속에서 한쪽에서 들어온 강한 빛이 사람과 물건을 조각처럼 도드라지게 해요. 이탈리아 화가 카라바조에게서 시작해 당시 유럽에 널리 퍼진 방식이에요.

1623년, 벨라스케스는 마드리드로 가서 왕 펠리페 4세의 궁정 화가가 되었어요. 세비야의 부엌을 그리던 젊은이가 왕의 초상을 그리는 화가가 되기 바로 앞, 그 무렵에 그린 그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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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 손등에 찍힌 작고 붉은 점 하나디에고 벨라스케스 · 엠마오의 저녁 식사 · 평예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