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투어 · 미술관 대표 작품 15선 · 8번 방 · 낭만주의

8번 방

고래잡이들

Whalers

조지프 맬러드 윌리엄 터너1845년 무렵캔버스에 유채91.8 × 122.6 cm

이 방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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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방의 파도는 칼로 새긴 듯 또렷한 선이었죠. 이 방에 들어서면 반대로 모든 것이 뿌옇게 번져 있어요. 레오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림 앞으로 바짝 다가가요. 처음엔 누런 안개밖에 안 보여요. 조금만 기다려 보세요.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요.

왼쪽 아래를 보세요. 검은 덩어리가 물 위로 둥글게 솟아 있어요. 고래예요. 그 몸 한가운데로 붉은 기운이 번지고, 흰 물보라가 위로 튀어 올라요. 붓으로 쓸고 긁은 자국이 그대로 남아서 고래와 바다의 경계가 흐려요.

이번엔 가운데에서 조금 오른쪽 아래로 눈을 옮겨 볼까요. 물보라 속에 작은 배 한 척이 보여요. 배와 사람들이 갈색과 붉은색 선 몇 줄로만 그려져 있어요. 얼굴도 손도 또렷하지 않아요. 그래서 오히려 물보라 속의 급한 움직임이 느껴져요.

그 뒤로 큰 범선이 흰 돛을 펴고 안개 속에 떠 있어요. 돛을 가까이 보면 흰 물감이 두껍게 얹혀 있고, 오랜 세월에 생긴 잔금이 거미줄처럼 퍼져 있어요. 레오가 은필을 들었다가 그냥 내려놓아요. 이건 선으로 따라 그릴 수가 없네요.

조지프 맬러드 윌리엄 터너는 1845년 무렵, 일흔 살 가까이 되어 이 그림을 그렸어요. 그 시절 고래 기름은 등불을 밝히고 기계를 돌리는 데 쓰였고, 고래잡이는 먼 바다로 배를 보내는 큰 산업이었어요.

터너는 젊어서부터 바다와 폭풍, 햇빛을 그렸어요. 나이가 들수록 그림 속 형체는 점점 녹아서 빛과 공기 속으로 사라졌어요. 그 무렵 사람들 가운데에는 이런 그림이 덜 그린 것 같다고 고개를 갸웃한 이들도 있었어요. 하지만 바로 이 흐릿함 덕분에 우리는 바다 한복판의 혼란을 몸으로 느껴요. 이렇게 차분한 질서보다 자연의 거대한 힘과 사람의 감정을 앞세운 흐름을 낭만주의라고 불러요.

다음 방에서는 바다를 떠나 실내로 들어가요. 하얀 치마를 입은 무용수들이 연습실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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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다가가 볼 5곳

  1. 왼쪽 아래의 검은 덩어리부터 보세요. 물 위로 솟은 고래의 몸이에요. 머리 쪽에서 물줄기가 하얗게 뿜어 오르고, 몸 아래쪽에는 붉은 물감이 번져 있어요. 터너는 고래를 또렷한 윤곽 없이 어둠과 물보라로만 그렸어요.

  2. 가운데로 눈을 옮기면 돛을 단 큰 배가 보여요. 하얀 돛은 물감을 두껍게 올려 칠했고, 그 위에 잔금이 거미줄처럼 퍼져 있어요. 돛대는 가는 선 몇 개뿐이에요. 배가 안개 속에서 반쯤 사라졌다가 나타나는 것 같아요.

  3. 큰 배 아래 작은 보트를 확대해 보세요. 갈색과 붉은색 선으로 사람들의 머리와 몸이 겹겹이 그려져 있어요. 보트 위로는 돛인지 노인지 모를 뾰족한 형태 두 개가 솟아 있어요. 가까이서 보면 사람 하나하나가 붓 자국 몇 번으로 되어 있어요.

  4. 오른쪽의 물보라를 보세요. 짙은 회색 붓질이 사선으로 쭉쭉 그어져 있어요. 아래쪽에는 하얀 물방울이 부서지는 것처럼 물감이 거칠게 일어나 있어요. 붓질은 모두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몰아쳐요.

  5. 하늘 위쪽을 확대해 보세요. 크림색 바탕 위로 옅은 회색이 비스듬히 문질러져 있어요. 구름인지 물보라인지 비인지 딱 잘라 말하기 어려워요. 하늘과 바다가 같은 색과 같은 붓질로 이어져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