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방의 이야기
바다의 물보라 소리가 멎고, 이 방에서는 마룻바닥이 삐걱이는 소리가 들릴 것 같아요. 연한 초록 벽의 발레 연습실이에요. 레오가 발끝을 들고 살금살금 들어가요. 수업 중이니 조용히 하자는 듯이 노트로 입을 가려요.
먼저 오른쪽에 지팡이를 짚고 선 흰머리 남자를 보세요. 밝은 회색 옷 안에 붉은 셔츠를 입었어요. 이 사람은 이름난 발레 선생 쥘 페로로 알려져 있어요. 그 앞에서 무용수 한 명이 한 팔을 높이 들고 자세를 잡고 있어요. 선생님의 눈길이 그 아이에게 가 있어요.
이번엔 왼쪽 아래로 눈을 옮겨 볼까요. 커다란 콘트라베이스가 비스듬히 놓여 있고, 그 옆 바닥 가까이에 Degas라는 서명이 보여요. 그 앞에 선 무용수는 고개를 푹 숙였어요. 머리에는 붉은 꽃을 꽂고, 목에는 검은 리본을 맸어요. 연습 차례를 기다리는 걸까요, 지친 걸까요.
이제 맨 안쪽 오른쪽을 보세요. 무용복이 아니라 짙은 외출복을 입은 여자들이 서서 수업을 지켜보고 있어요. 벽에 걸린 큰 거울에는 창밖 하늘과 지붕들, 그리고 무용수들의 모습이 비쳐요. 방 하나에 여러 겹의 시선이 겹쳐 있어요.
에드가 드가는 이 그림을 1874년에 그렸어요. 같은 해 봄 파리에서, 훗날 첫 인상주의 전시회라고 불리는 전시가 열렸고 드가도 작품을 냈어요. 하지만 드가는 야외의 햇빛보다 극장과 연습실 같은 실내를 즐겨 그렸어요. 평생 발레 무용수를 수없이 그리고 조각으로도 만들었어요.
레오가 노트를 펼쳐 무용수의 발끝을 따라 그려요. 이 그림에는 무대 위의 화려한 순간이 없어요. 차례를 기다리고, 옷매무새를 고치고, 바닥에 앉아 쉬는 순간이 있어요. 드가는 박수가 터지기 전의 긴 시간을 그렸어요.
다음 방은 다시 바깥이에요. 강가 공원에서 수많은 사람이 일요일 오후를 보내는데, 가까이 다가가면 모두 작은 점으로 바뀌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