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 긴 곱슬머리의 그리스도가 언덕에 비스듬히 누워, 입을 벌린 채 하늘을 올려다보는 펜 소묘예요.
- 독일 화가 한스 발둥 그린이 1510~11년 무렵, 진하기가 다른 검은 잉크 두 가지로 그렸어요.
- 몸의 둥근 곳을 따라 휘어지는 수많은 펜 선만으로, 색 하나 없이 살과 천과 땅을 구분해 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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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위의 얼굴을 확대해 보세요. 고개를 한껏 뒤로 젖히고, 입을 벌려 이를 드러냈어요. 눈은 위를 향해 있어요. 머리카락과 수염은 동그랗게 말린 고리 모양 선이 줄줄이 이어져 있어요.
가운데쯤, 앞으로 뻗은 손을 보세요. 손가락이 몸에 걸친 천 자락을 쥐고 있어요. 손등은 거의 비워 두고, 천에는 촘촘한 빗금을 그어 그늘을 넣었어요. 비운 곳과 채운 곳의 차이로 손이 앞으로 튀어나와 보여요.
이번엔 오른쪽 끝으로 늘어진 다른 손을 보세요. 손목이 꺾이고 손가락이 힘없이 아래로 처져 있어요. 그 둘레는 그물처럼 엇갈린 선으로 까맣게 채웠어요. 흥분한 얼굴과 달리 이 손에는 힘이 하나도 없어 보여요.
왼쪽 끝, 구부려 세운 다리의 발을 확대해 보세요. 발가락 끝이 땅을 짚고 있어요. 다리에 그은 선들은 곧지 않고 종아리의 둥근 모양을 따라 휘어져요. 펜 선의 방향만 바꿔서 둥근 몸을 만든 거예요.
아래 가운데의 글자를 보세요. H, G, B 세 글자를 겹쳐 만든 발둥의 서명 표시예요. 오른쪽 아래 구석에는 다른 이름 같은 글씨와 숫자 26도 적혀 있어요.
이 그림이 그려진 때
1510년 무렵, 스물다섯 살 남짓의 한스 발둥은 스트라스부르에 막 자리를 잡은 참이었어요. 1509년 이 도시의 시민이 되었고, 이듬해에는 결혼도 했어요. 그 전 몇 해 동안 그는 뉘른베르크의 알브레히트 뒤러 공방에서 일했어요. 이제 자기 이름을 건 화가로 서기 시작한 거예요.
발둥은 화가 집안 출신이 아니었어요. 그의 집안에는 법률가와 학자가 많았어요. 이름 뒤에 붙은 별명 그린(초록)의 유래는 확실하지 않아요. 초록을 즐겨 써서라는 설도, 뒤러 공방의 다른 한스들과 구별하려고 붙었다는 설도 있어요.
이 무렵 그는 판화에서도 대담한 실험을 했어요. 1510년에는 마녀들이 모인 장면을 두 개의 판으로 찍어, 어두운 바탕 위에 밝은 선이 떠오르게 한 목판화를 냈어요. 황홀경에 빠진 그리스도와 으스스한 마녀들이 같은 시기, 같은 손에서 나온 거예요.
1512년 그는 프라이부르크로 옮겨 대성당의 큰 중앙 제단화를 맡았어요. 몇 해에 걸친 이 일을 마치고 스트라스부르로 돌아와, 1545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곳에서 살았어요.
뒤러와의 인연은 오래 이어졌어요. 1528년 뒤러가 세상을 떠난 뒤, 뒤러의 머리카락 한 타래가 발둥의 손에 들어왔어요. 이 머리카락은 지금도 빈의 미술 아카데미에 남아 있어요.
이 소묘는 1975년 로버트 레먼 컬렉션과 함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왔어요. 다시 그리스도의 곱슬머리를 보세요. 고리처럼 말린 선 하나하나가, 뒤러의 공방을 떠나 막 홀로 선 젊은 화가의 펜 자국이에요.
함께 생각해 볼 질문
- 찾아보기이 그림에서 선이 가장 촘촘하게 엇갈려 까맣게 보이는 곳은 어디인가요?
- 왜일까발둥은 왜 그리스도를 조용히 기도하는 모습이 아니라, 입을 벌리고 고개를 젖힌 모습으로 그렸을까요?
- 나라면기쁨이든 고통이든 아주 큰 감정은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요. 남들 앞에서 그런 감정을 숨김없이 보이는 일을 오늘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이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