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그림 앞에 서면 조금 당황스러워요. 화면 거의 전부가 흐린 회청색이에요. 배도, 항구도, 사람도 또렷하지 않아요. 그러다 왼쪽 위에서 주황빛 동그라미 하나가 눈에 들어와요. 이게 정말 바다 그림일까요?
이 그림은 제임스 맥닐 휘슬러가 1872년에 그린 「녹턴: 파랑과 금색 — 사우샘프턴 해협」이에요. 크기는 세로 51센티미터, 가로 76.7센티미터. 사우샘프턴 해협은 영국 남쪽, 영국 해협으로 이어지는 바닷물길이에요. 큰 배들이 드나드는 곳이지만, 그림 속 바다는 해가 진 뒤의 어둠에 거의 다 잠겼어요.
먼저 그 주황빛 동그라미를 가까이 보세요.
달이에요. 그런데 동그랗게 꽉 찬 달이 아니에요. 왼쪽을 어두운 세로줄 하나가 위아래로 가르고, 아래쪽은 잘려 나간 듯 따로 떨어진 조각으로 남았어요. 노랑 바탕에 붉은 가로 붓질이 몇 줄 지나가요. 달빛이 아니라 안개 속에서 깜박이는 등불처럼 보이기도 해요.
이번에는 수평선을 따라가 보세요.
어두운 띠 아래로 작은 노란 점들이 띄엄띄엄 찍혀 있어요. 점마다 아래로 짧은 노란 줄이 늘어져요. 물에 비친 불빛이에요. 붓을 한 번 콕 찍고, 한 번 아래로 끌어내린 것만으로 항구의 불빛과 그 그림자를 만들었어요.
자, 이제 제목 이야기를 해 볼까요. 녹턴은 원래 음악 용어예요. 밤의 노래라는 뜻으로, 아일랜드 작곡가 존 필드와 폴란드 작곡가 쇼팽이 쓴 조용한 피아노곡들로 널리 알려진 이름이에요. 휘슬러는 바로 이 말을 밤 풍경 그림의 제목으로 가져왔어요.
휘슬러는 원래 이런 그림들을 달빛 그림이라고 불렀어요. 녹턴이라는 이름을 권한 사람은 그의 후원자이던 리버풀의 선주 프레더릭 레일랜드였어요. 레일랜드는 피아노를 즐겨 치는 음악 애호가이기도 했어요. 휘슬러는 편지로 그 이름에 고마움을 전했고, 이 무렵부터 밤 풍경들에 녹턴이라는 제목을 붙였어요.
음악 이름을 붙인 건 녹턴만이 아니었어요. 흰 옷을 입은 여인의 초상에는 「흰색의 교향곡」, 어머니의 초상에는 「회색과 검정의 배열」이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음악이 무엇을 묘사하지 않아도 소리의 어울림만으로 사람을 움직이듯, 그림도 색의 어울림만으로 볼 만하다는 생각이었어요. 이 생각을 예술을 위한 예술이라고 불러요.
그래서 제목에서도 장소보다 색이 먼저 나와요. 파랑과 금색. 바다는 파랗고 흐린 바탕이 되고, 달과 불빛은 금색의 작은 음표처럼 그 위에 놓여요.
마지막으로 아래쪽 물 위를 보세요.
어둑한 그림자 한가운데 노란 점 하나, 그 아래로 가느다란 노란 줄이 내려가요. 배인지, 부표인지 말할 수 없을 만큼 흐릿해요. 물감을 아주 묽게 써서 캔버스 천의 올이 그대로 비쳐 보여요.
이런 그림을 누구나 반긴 건 아니었어요. 1877년, 영국의 이름난 비평가 존 러스킨은 휘슬러의 다른 녹턴을 두고 물감 통을 관객 얼굴에 내던진 것 같다고 비꼬았어요. 휘슬러는 러스킨을 고소했고, 1878년 재판에서 이겼지만 받은 손해 배상금은 1파딩, 1페니의 4분의 1이었어요. 재판 비용에 시달린 그는 이듬해 파산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