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 봄비가 쏟아지는 날, 삿갓을 깊이 눌러쓴 행렬이 불어난 개울 옆 다리를 건너 숲속 마을로 들어가는 장면이에요.
- 우타가와 히로시게가 1834~35년 무렵 그린 목판화 연작 「도카이도 오십삼차」 가운데 한 장이에요.
- 수없이 그은 가는 비의 선과 파랑이 번지는 물살만으로, 젖은 공기와 소리까지 느끼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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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쪽 사람들을 확대해 보세요. 노란 삿갓을 쓴 사람들이 고개를 숙이고 한 덩어리로 걸어가요. 붉은 비옷과 파란 비옷이 번갈아 이어지고, 초록 상자에는 둥근 문장이 찍혀 있어요. 얼굴이 거의 안 보일 만큼 다들 비를 피해 몸을 웅크렸어요.
행렬 위로 비스듬히 솟은 긴 장대를 보세요. 끝에 파란 덮개를 씌운 창이에요. 창을 앞세우고 문장 찍힌 상자를 나르는 차림으로 보아, 영주인 다이묘를 따르는 행렬로 풀이돼요. 장대가 그은 사선이 수직으로 내리는 빗줄기를 가로질러요.
오른쪽의 물살을 확대해 보세요. 진한 파랑에서 흰색으로 부드럽게 옅어지는데, 판목에 물감을 고르지 않게 묻혀 찍는 번지기 기법이에요. 흰 물보라는 바위에 부딪혀 톱니처럼 부서져요. 봄비에 불어난 개울이 얼마나 거센지 보여요.
왼쪽 숲으로 가 보세요. 굵은 나무줄기 사이로 붉은 기둥과 격자창이 있는 건물이 비에 가려 어렴풋해요. 나무 아래 땅에는 빗물이 고인 듯 짧은 가로줄이 번져 있어요. 그 위로 위에서 아래로 그은 비의 선이 화면 전체를 덮어요.
가운데 위쪽 글씨를 보세요. 오른쪽 두 줄은 도카이도 오십삼차 가운데라는 뜻이고, 그 왼쪽 굵은 두 글자가 이 역참 이름 쓰치야마예요. 붉은 칸 안에는 봄비라는 제목이 들어 있어요. 오른쪽 멀리 히로시게의 서명과, 이 연작을 펴낸 출판사 호에이도의 붉은 도장도 찾아보세요.
이 그림이 그려진 때
1830년대 에도. 히로시게는 서른 후반의 화가였어요. 그는 막부의 소방 일을 대대로 맡던 낮은 무사 집안에서 태어났어요. 열두 살 되던 해 부모를 잃고 아버지의 소방 관리 자리를 물려받았지만, 우타가와 도요히로 밑에서 그림을 배워 우키요에 화가의 길을 걸었어요.
그 무렵 에도의 판화 가게에는 새 바람이 불고 있었어요.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후가쿠 삼십육경」이 풍경 판화도 잘 팔린다는 걸 막 보여 준 참이었거든요. 히로시게는 출판사 호에이도와 손잡고 에도의 니혼바시에서 교토까지, 쉰세 역참에 출발과 도착을 더한 쉰다섯 장의 연작을 내놓았어요.
이 연작에는 오래 따라다닌 이야기가 있어요. 히로시게가 1832년 막부가 교토 조정에 말을 바치러 보낸 행렬을 따라 이 길을 직접 걸었다는 이야기예요. 그런데 그 여행이 정말 있었는지는 학자들 사이에 의견이 갈려요. 몇몇 장면은 그보다 앞서 나온 도카이도 명소 안내서의 삽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연구도 있어요.
연작은 크게 팔렸고, 히로시게는 단번에 풍경 판화가로 이름을 얻었어요. 그 뒤로도 그는 도카이도를 그린 연작을 여러 번 새로 만들었어요. 1858년 그가 세상을 떠난 뒤, 그의 판화는 바다를 건너 유럽까지 갔어요. 반 고흐는 히로시게의 판화 두 점을 유화로 따라 그리기도 했어요.
판화는 같은 판으로 여러 장을 찍기 때문에, 「쓰치야마의 봄비」는 지금 세계 여러 미술관에 남아 있어요. 그중 한 장이 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것이에요. 이제 다시 행렬을 보세요. 고개 숙인 삿갓 위로 가는 빗줄기가 쉬지 않고 떨어져요. 이 길을 직접 걸었는지 모를 화가가, 비 맞는 사람들의 웅크린 등만큼은 이렇게 또렷하게 남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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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각해 볼 질문
- 찾아보기이 행렬에서 삿갓을 쓴 사람을 몇 명이나 셀 수 있나요?
- 왜일까히로시게는 왜 햇빛 좋은 날이 아니라 이렇게 쏟아지는 비 속의 행렬을 골랐을까요?
- 나라면비가 와도 일정대로 길을 가야 했던 사람들처럼, 오늘 날씨와 상관없이 밖에서 일해야 하는 사람들은 충분히 보호받고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