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 부서진 돌 의자에 숨을 거둔 예수가 앉아 있고, 양옆에서 흰 수염의 두 노인이 그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그림이에요.
- 베네치아의 화가 비토레 카르파초가 1490년 무렵 나무판에 유화와 템페라로 그렸어요.
- 가시관, 해골, 사자, 사슴을 덮친 표범까지, 숨은 물건과 동물을 하나씩 찾아 읽는 재미가 있는 그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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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예수의 얼굴을 확대해 보세요. 눈을 감고 고개를 한쪽 어깨로 툭 떨어뜨렸어요. 긴 머리카락이 어깨 위로 흘러내리고, 뒤쪽 벽에는 글자 같은 무늬가 희미하게 새겨져 있어요. 벽 위에는 풀이 자라 늘어져 있어서, 오래 버려진 폐허처럼 보여요.
왼쪽 노인 뒤 어두운 바위틈을 보세요. 사자 한 마리가 얌전히 엎드려 있어요. 사자를 곁에 둔 학자 노인은 성 히에로니무스예요. 성경을 라틴어로 옮긴 이 성인은 흔히 사자와 함께 그려져요.
오른쪽 아래, 노인이 걸터앉은 푸른 돌덩이를 확대해 보세요. 돌 옆면에 히브리 문자처럼 생긴 글씨가 새겨져 있어요. 그 앞 모래 위에는 해골과 뼈가 굴러다녀요. 이 노인은 구약 성경에서 큰 고난을 견딘 사람, 욥이에요.
예수의 발치를 보세요. 가시를 엮어 만든 둥근 관이 붉은 돌에 기대어 바닥에 놓여 있어요. 십자가에 못 박히기 전 예수가 썼던 가시관이에요. 그 둘레 모래에는 작은 조약돌이 하나하나 그려져 있어요.
이제 왼쪽 위 바위 언덕으로 올라가 보세요. 얼룩무늬 표범이 사슴을 덮쳐 물고 있어요. 조금 왼쪽에서는 다른 사슴이 아무 일 없다는 듯 풀을 뜯어요. 앞쪽의 조용한 묵상과 뒤쪽의 사냥 장면이 한 그림 안에 나란히 있어요.
이 그림이 그려진 때
1490년 무렵, 서른 살 안팎의 비토레 카르파초는 베네치아에서 큰일을 막 맡았어요. 성 우르술라 신도회가 집회 건물 벽을 채울 성녀 우르술라 이야기 연작을 그에게 맡긴 거예요. 그는 몇 해에 걸쳐 큰 캔버스 여러 장에 배와 궁전, 사람들로 북적이는 장면을 그려 나갔어요. 이 연작은 지금 베네치아 아카데미아 미술관에 있어요.
그의 집안의 성은 스카르파차였어요. 그런데 그림에는 이름을 라틴어처럼 바꾼 카르파티우스로 서명하곤 했어요. 북적이는 연작과 달리 이 그림은 작은 나무판에 그린 조용한 그림이에요. 사건을 보여 주기보다, 예수의 죽음 앞에서 오래 생각에 잠기라고 권하는 그림이에요.
그런데 이 그림에는 오랫동안 안드레아 만테냐의 이름을 쓴 가짜 서명이 들어 있었어요. 만테냐는 그 무렵 북이탈리아에서 이름이 높던 화가예요. 1945년 그 가짜 서명을 지우자, 그 아래에서 카르파초 자신의 서명이 드러났어요.
그림이 걸어온 길도 길어요. 1600년대에는 이탈리아의 카노니치 가문이 이 그림을 가지고 있었고, 1850년 무렵까지 그 집안에 있었어요. 그 뒤 영국의 수집가 윌리엄 네빌 애브디 경의 손을 거쳐, 1911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들어왔어요.
다시 그림을 보세요. 남의 이름을 달고 있던 긴 세월 동안에도 부서진 돌 의자, 바위틈의 사자, 모래 위 조약돌 하나하나는 처음부터 카르파초의 붓으로 그린 것이었어요. 돌에 새긴 낯선 글자들도 이제 다른 눈으로 보이지 않나요?
함께 생각해 볼 질문
- 찾아보기예수 머리 위 하늘을 나는 새와, 돌 의자 오른쪽 풀숲에 숨은 빨간 새를 찾을 수 있나요?
- 왜일까카르파초는 왜 조용한 묵상 장면 뒤쪽에 표범이 사슴을 사냥하는 모습을 넣었을까요?
- 나라면두 노인은 말없이 앉아 죽음과 고통을 오래 생각하고 있어요. 늘 바쁘게 지내는 우리는 무거운 일을 혼자 곰곰이 생각할 시간을 얼마나 갖고 있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