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 마구를 단 짐말 두 마리가 서 있고, 그 곁에서 망토를 두른 마부가 벽에 기대 팔짱을 낀 채 졸고 있는 드로잉이에요.
- 프랑스 화가 테오도르 제리코가 1820~22년에 연필 밑그림 위에 갈색과 회색 물감을 붓으로 엷게 칠해 그렸어요.
- 말은 물감으로 꼼꼼히 마무리했고 마부는 연필선이 그대로 드러나 있어서, 화가가 어디에 힘을 주었는지 한눈에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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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의 마부를 확대해 보세요. 챙 넓은 모자를 푹 눌러쓰고, 팔짱을 낀 채 고개를 떨구고 있어요. 그런데 이 사람은 거의 연필선만으로 남아 있어요. 다리와 망토 위로 얽힌 가는 선들이 그대로 보이고, 물감은 군데군데만 얹혔어요.
가운데 높이 솟은 말의 머리를 보세요. 고개를 홱 돌려 뒤쪽을 바라보고, 눈 흰자위가 살짝 보여요. 갈기는 짙은 붓질 몇 번으로 바람에 날리듯 뻗어 있어요. 마부는 잠들었는데 말은 무언가에 신경을 곤두세운 것 같아요.
오른쪽 회색 말의 꼬리를 확대해 보세요. 꼬리털을 묶어서 짧게 감아올렸고, 그 위에 갈색 줄무늬가 감겨 있어요. 엉덩이에는 엷은 물감이 얼룩처럼 번져 점박이 회색 털이 됐어요. 물이 마르며 생긴 물감 가장자리가 그대로 털 무늬로 쓰였어요.
말 머리 오른쪽, 지평선을 따라가 보세요. 아주 작은 풍차 하나가 날개를 펴고 서 있고, 그 옆으로 낮은 집들이 검은 그림자처럼 이어져요. 하늘은 진한 회색 물감을 넓게 칠해 저녁이나 궂은 날씨처럼 무겁게 만들었어요.
이 그림이 그려진 때
1820년, 스물아홉 살 무렵의 제리코는 영국 해협을 건넜어요. 한 해 전 파리 살롱에 걸었던 큰 그림 「메두사호의 뗏목」을 런던에서 보여 주기 위해서였어요. 그림은 런던 피커딜리의 이집션 홀에 걸렸고, 사람들은 입장료를 내고 그것을 보러 왔어요.
제리코는 어릴 때부터 말에 빠져 있던 화가였어요. 말 그림으로 이름난 카를 베르네에게 그림을 배웠고, 직접 말을 타는 것도 즐겼어요. 런던에서 그의 눈을 붙잡은 것은 거리의 짐말과 마부, 대장장이, 가난한 사람들이었어요. 1821년 그는 이런 런던 거리의 장면을 석판화 연작으로 펴냈어요.
같은 해 그는 엡섬 경마도 보았고, 네 다리를 쭉 뻗고 날아가듯 달리는 말들을 그린 「엡섬의 더비 경주」를 남겼어요. 달리는 말의 다리를 사진으로 잡아낸 것은 그로부터 반세기도 더 지난 뒤의 일이에요. 이 드로잉의 연대 1820~22년은 그가 영국에 머물던 시기와 그 직후에 걸쳐 있어요.
그 뒤 제리코의 삶은 오래가지 않았어요. 파리로 돌아온 그는 말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겪은 뒤 병이 깊어졌고, 1824년 1월 서른두 살로 세상을 떠났어요. 이 드로잉은 1996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사들였어요.
다시 왼쪽의 마부를 보세요. 화가는 말을 끝까지 칠하고, 잠든 사람은 연필선으로 남겨 두었어요.
함께 생각해 볼 질문
- 찾아보기두 말의 몸에서 마구를 묶은 끈과 고리를 몇 군데나 찾을 수 있나요?
- 왜일까제리코는 왜 마부보다 말을 더 꼼꼼하게 칠했을까요?
- 나라면짐을 끄는 말과 지쳐 잠든 마부는 하루 종일 일한 몸이에요. 오늘날 밤늦게까지 배달하고 운전하는 사람들의 피로를, 우리는 얼마나 눈여겨보고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