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 머리를 뒤로 틀어 올린 젊은 여인이 고개를 돌려 왼쪽을 바라보는 얼굴을 크게 그렸어요.
- 독일 뉘른베르크의 화가 알브레히트 뒤러가 1522년에 초록색으로 칠한 종이 위에 검은 분필로 그렸어요.
- 손바닥보다 조금 큰 종이에 가는 분필 선만으로 눈꺼풀과 입술의 두께까지 담아낸 소묘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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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쪽 눈을 확대해 보세요. 위 눈꺼풀이 두 겹의 곡선으로 그어져 있고, 눈동자는 위쪽만 짙게 칠했어요. 그 위로 눈썹이 짧은 빗금 여러 줄로 이어져요. 눈 아래 볼에는 가는 곡선을 겹겹이 그어 살이 둥글게 차오르는 느낌을 냈어요.
코끝과 입술을 보세요. 콧방울 아래와 두 입술이 만나는 선에만 분필을 짙게 눌렀어요. 아랫입술 밑에는 짧은 그늘을 넣어 입술이 도톰하게 앞으로 나와 보여요. 나머지 피부는 초록 종이 색을 그대로 두었어요.
뺨 너머 귀를 찾아보세요. 귀의 안쪽 굴곡이 몇 번의 짙은 터치로만 표시되어 있고, 그 아래로 곱슬한 머리가 흘러내려요. 초록 바탕 곳곳에 흰 분필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어요. 원래는 흰색으로 밝은 곳을 더 올렸지만 세월에 많이 닳았어요.
오른쪽 위 정수리를 보세요. 틀어 올린 머리가 둥근 고리 여러 개로 감겨 있어요. 얼굴은 꼼꼼한데 머리 모양은 빠르게 돌린 선 몇 줄로 끝냈어요. 뒤러가 무엇에 시간을 들였는지 보여요.
이 그림이 그려진 때
1522년, 뒤러는 쉰한 살이었어요. 1년 넘게 걸린 먼 여행에서 막 돌아와 다시 뉘른베르크의 작업실에 앉아 있었죠. 이 무렵 그는 판화로 유럽 곳곳에 이름이 알려진 화가였어요.
그 여행은 뜻밖에도 돈 문제에서 시작됐어요. 1519년 황제 막시밀리안 1세가 세상을 떠나자, 황제가 해마다 주기로 했던 연금이 끊길 처지가 됐거든요. 뒤러는 1520년 여름 아내 아그네스와 함께 네덜란드 지방으로 떠났어요. 새 황제 카를 5세의 대관식이 열린 아헨까지 찾아갔고, 그해 가을 연금을 다시 약속받았어요.
여행하는 동안 그는 일기장에 쓴 돈과 받은 선물, 만난 사람을 꼼꼼히 적었어요. 가는 곳마다 사람들의 얼굴을 소묘로 남겼고, 학자 에라스뮈스의 얼굴도 그렸어요. 바닷가에 떠밀려 온 고래를 보겠다고 젤란트까지 갔다가, 고래가 이미 물살에 쓸려 가 버려 헛걸음을 한 일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 여행은 대가도 남겼어요. 여행 중에 얻은 열병은 남은 생애 동안 그를 자주 괴롭혔어요. 뒤러는 이 그림을 그리고 6년 뒤인 1528년, 뉘른베르크에서 세상을 떠났어요.
이 종이는 한참 뒤 미국으로 건너갔어요. 뉴욕의 은행가 로버트 레먼이 모은 소장품에 들어 있었고, 1975년 그의 소장품과 함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왔어요. 그림 속 여인이 누구였는지는 지금도 알려져 있지 않아요.
다시 그림을 보세요. 흰 분필은 오백 년 사이 거의 닳았지만, 아랫입술 밑의 짧은 그늘은 아직 또렷해요. 낯선 도시에서 수많은 얼굴을 그리던 손이 집에 돌아와서도 멈추지 않았다는 흔적이에요.
같은 화가의 다른 그림
함께 생각해 볼 질문
- 찾아보기초록 종이 위에 아직 남아 있는 흰 분필 자국을 찾을 수 있나요?
- 왜일까뒤러는 왜 하얀 종이가 아니라 초록으로 칠한 종이를 골랐을까요?
- 나라면이 여인의 이름은 그림에 적혀 있지 않아요. 내 얼굴이 누군가의 작품에 남는다면, 내 이름도 함께 남기를 바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