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 붉은 옷에 파란 망토를 두른 성모가, 책장을 넘기는 아기 예수를 무릎에 안고 내려다보는 그림이에요.
- 필리피노 리피가 1483~84년 무렵 피렌체에서 나무판에 템페라와 유화 물감, 금으로 그렸어요.
- 방 안의 촛대와 창밖의 다리 위 사람들까지, 구석구석 작은 이야기가 숨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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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의 얼굴을 확대해 보세요. 눈꺼풀을 반쯤 내리고 아기를 내려다봐요. 붉은빛이 도는 금발 위로 파란 베일이 얇게 비쳐요. 얼굴에 잘게 갈라진 금은 오백 년 넘게 마르고 굳은 물감의 흔적이에요.
이제 아기의 손을 보세요. 오른손으로 책장 한 장을 집어 막 넘기려는 참이에요. 책에는 검은 글씨와 빨간 글씨가 줄지어 적혀 있어요. 그 옆 탁자에는 쪼개진 석류가 붉은 알맹이를 쏟아 놓았어요. 석류는 그리스도의 부활을 뜻하는 과일로 그림에 자주 등장해요.
왼쪽 창밖으로 눈을 돌려 보세요. 기둥 사이로 성벽 도시와 강, 돌다리가 보여요. 다리 위에는 짐을 지고 걸어가는 사람이 있고, 그 위쪽 길에는 긴 막대를 든 사람과 말들이 지나가요. 성모자의 조용한 방 바깥에서 평범한 하루가 흘러가요.
창 위 둥근 천장의 꼭대기를 확대해 보세요. 금빛 초승달 두 개가 그려져 있어요. 초승달 세 개는 피렌체의 부유한 스트로치 가문의 문장이에요. 그래서 이 그림이 그 집안을 위해 그려진 것으로 보고 있어요.
오른쪽 선반으로 가 보세요. 놋쇠 촛대와 붉은 표지의 책이 놓여 있어요. 촛대 뒤 벽에는 길쭉한 그림자가 드리워 있고, 책에는 가죽 끈과 걸쇠까지 그려져 있어요. 손바닥만 한 자리에 이만큼 공을 들였어요.
이 그림이 그려진 때
필리피노의 출생부터가 이야깃거리였어요. 아버지 프라 필리포 리피는 수도사이면서 이름난 화가였고, 어머니 루크레치아 부티는 수녀원에 있던 사람이었어요. 필리피노는 1457년 무렵 프라토에서 태어났어요. 아버지는 1469년 스폴레토에서 성당 벽화를 그리다 세상을 떠났어요.
열두어 살에 아버지를 잃은 소년은 보티첼리의 공방으로 들어갔어요. 보티첼리는 바로 그 아버지에게서 그림을 배운 제자였어요. 그리고 1480년대, 필리피노는 큰일을 맡았어요. 피렌체 카르미네 성당의 브란카치 예배당에서 마사초가 반세기 전에 그리다 남긴 벽화를 이어 그려 마무리하는 일이었어요.
이 그림을 주문한 사람은 은행가 필리포 스트로치였어요. 스트로치 집안은 메디치 가문과 맞서다 피렌체에서 쫓겨난 적이 있었어요. 필리포는 나폴리에서 은행 일로 큰돈을 모은 뒤 1466년에야 고향으로 돌아왔어요. 그는 뛰어난 미술품을 주문하며 집안의 이름을 다시 세우려 했어요.
두 사람의 인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어요. 1487년 스트로치는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의 집안 예배당 벽화를 필리피노에게 맡겼어요. 스트로치는 1491년 세상을 떠나 완성을 보지 못했고, 예배당은 1502년에야 마무리됐어요.
그림은 오랜 세월 뒤 미국으로 건너갔어요. 1928년 은행가 줄스 베이치가 화상 듀빈에게서 사들였고, 1949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남겼어요. 2010년 무렵 미술관의 보존 전문가가 색이 변한 두꺼운 바니시를 걷어 내자, 그 밑에서 잘 보존된 진한 색이 드러났어요.
이제 성모의 파란 망토와 붉은 옷을 다시 보세요. 이 선명한 색은 오랫동안 칙칙한 막 아래 숨어 있었어요. 그리고 창 위 천장에서 반짝이는 초승달은, 집안의 이름을 되찾고 싶었던 주문자가 남긴 표시예요.
함께 생각해 볼 질문
- 찾아보기창밖 풍경에서 사람과 동물을 모두 몇이나 찾을 수 있나요?
- 왜일까화가는 왜 성모자 곁에 주문한 집안의 문장을 그려 넣었을까요?
- 나라면부자 가문이 그림값을 내고 자기 표시를 남겼어요. 오늘 기업이 미술관이나 공연에 돈을 내고 이름을 붙이는 일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