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 이탈리아 저택 정원의 분수 앞에서 하얀 옷을 입은 여성이 그림을 그리고, 그 뒤에 남성이 비스듬히 기대앉은 장면이에요.
- 존 싱어 사전트가 1907년에 그린 유화이고, 두 사람은 화가 부부 윌프리드 드 글렌과 제인 에밋 드 글렌이에요.
- 초상화로 이름난 화가가 야외 그림으로 방향을 틀던 해, 친구의 초상과 풍경을 한 화면에 담은 그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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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위의 분수부터 보세요. 물줄기가 하늘로 치솟았다가 하얗게 쏟아져요. 사전트는 이 물을 위아래로 긋고 툭툭 찍은 흰색과 옅은 파랑 붓질만으로 그렸어요. 가까이서 보면 물방울 하나 없이 물감 자국뿐인데, 한 걸음 물러나면 물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
그림 그리는 여성, 제인의 옆얼굴을 확대해 보세요. 챙 넓은 모자 위로 하얀 천을 묶어 늘어뜨렸어요. 햇빛을 받은 모자 챙은 주황빛으로, 그늘진 얼굴은 갈색으로 칠했어요. 눈은 손끝의 캔버스가 아니라 그보다 더 먼 왼쪽을 바라보고 있어요.
이번에는 제인의 손을 보세요. 팔을 쭉 뻗어 붓 끝을 캔버스에 대고 있어요. 그 바로 뒤에 남편 윌프리드의 얼굴이 있어요. 눈을 반쯤 감고 기대앉은 그는 아내의 붓끝을 지켜보는 것 같기도 하고, 졸린 것 같기도 해요.
제인의 무릎 쪽으로 내려오면 갈색 팔레트와 붓 한 묶음이 보여요. 하얀 작업복 위에 긴 붓들이 초록빛 선으로 몇 번 그어져 있을 뿐이에요. 하얀 옷도 한 가지 흰색이 아니에요. 노랑, 회색, 연두가 섞인 넓은 붓질이 햇빛과 그늘을 나누고 있어요.
이 그림이 그려진 때
1907년, 쉰한 살의 사전트는 런던을 떠나 이탈리아에 와 있었어요. 미국인 부모 밑에서 피렌체에 태어난 그에게 이탈리아는 어린 시절의 땅이었어요. 이번 여행의 동행은 화가 부부 윌프리드와 제인 드 글렌이었어요. 영국 화가 윌프리드는 사전트가 보스턴 공공도서관 벽화를 그릴 때 곁에서 일을 도운 사람이었고, 미국 화가 제인은 1904년에 그와 결혼했어요.
이 무렵 사전트는 큰 결심을 했어요. 부유한 손님들이 기다리던 유화 초상 주문을 더는 받지 않기로 한 거예요. 그래도 초상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목탄으로 빠르게 그린 초상 소묘를 그려 주었어요. 대신 친구들과 여행하며 바깥에서 그림 그리는 시간을 크게 늘렸어요.
그래서 프라스카티의 토를로니아 저택 정원에서도 모델은 손님이 아니라 친구였어요. 제인은 언니 리디아에게 보낸 편지에서 사전트가 자기를 그리는 이 그림을 아주 우습고 재미있는 그림이라고 적었어요. 자기는 온통 하얀 옷에 하얀 작업복을 입고, 모자에는 옅은 파란 베일을 둘렀다고도 썼어요. 그런데 비가 자주 내려 작업이 끊겼어요. 그림은 며칠에 걸쳐 완성됐고, 두 친구는 그때마다 같은 자세로 오래 앉아 있어야 했어요.
그림은 1910년 시카고 미술관 도록에 이미 실렸고, 1914년에 소장품이 되었어요. 사전트는 1925년 런던에서 세상을 떠났어요. 2018년 시카고 미술관이 연 사전트 전시에도 이 그림이 걸렸어요.
다시 그림 앞으로 와 보세요. 제인의 모자에 감긴 베일에서 편지 속 옅은 파랑을 찾아보세요. 저 느긋한 두 자세가 빗속에서 몇 번이고 다시 만들어진 자세라는 것도 떠올려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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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각해 볼 질문
- 찾아보기제인의 하얀 옷과 분수의 물줄기에서 흰색이 아닌 색을 몇 가지나 찾을 수 있나요?
- 왜일까사전트는 왜 제인의 캔버스 그림은 보여 주지 않고, 그리는 사람의 모습만 그렸을까요?
- 나라면잘나가던 일을 내려놓고 하고 싶던 일로 방향을 바꾼다면, 나는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게 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