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 중국 전설 속 도사 비장방이 바위 끝에 몸을 내밀고 아래를 내려다보는 모습을 먹으로 그린 족자예요.
- 일본의 선승 화가 셋손 슈케이가 1555~61년 무렵 종이에 먹으로 그렸어요.
- 펄럭이는 소매, 곤두선 머리털, 물보라 속 대나무 막대까지, 먹 하나로 이야기의 결정적인 순간을 붙잡은 그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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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쪽 인물을 크게 보세요. 바위 끝에 걸터앉듯 몸을 앞으로 내밀고, 두 팔을 활짝 벌렸어요. 소매는 바람을 맞은 듯 뒤로 휘날려요. 옷 주름은 굵고 가는 먹선을 빠르게 꺾어 그렸어요.
얼굴을 확대해 보세요. 수염과 머리털이 가는 선으로 사방으로 뻗쳐 있어요. 눈은 아래쪽을 노려보듯 내려다보고, 머리에는 넓적한 두건을 썼어요. 무엇을 보고 이렇게 놀란 걸까요?
화면 아래 가운데로 내려가 보세요. 마디가 있는 대나무 막대 하나가 비스듬히 물보라 속으로 꽂혀 있어요. 물보라는 먹을 거의 쓰지 않고 가는 곡선만 겹쳐 하얗게 남겼어요.
오른쪽 아래 안개 속을 확대해 보세요. 수염 같고 발톱 같은 선들이 엉킨 흐릿한 형체가 있어요. 위쪽 바위에서부터 길게 휘어 내려온 옅은 띠가 이 형체로 이어져요. 비장방 이야기 속 용을 떠올리게 하는 자리예요.
왼쪽 아래 글씨를 찾아보세요. 雪村이라는 두 글자가 먹으로 적혀 있고, 그 둘레에 붉은 도장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어요. 셋손이 이 그림에 남긴 이름이에요.
이 그림이 그려진 때
1550년대 후반, 셋손 슈케이는 쉰을 넘긴 선종 승려였어요. 일본은 여러 영주가 땅을 두고 싸우는 전국 시대였어요. 셋손은 그 어지러운 동쪽 지방을 떠돌며 그림을 그렸어요.
셋손은 히타치 지방(오늘의 이바라키현)의 무사 가문인 사타케 집안에서 태어났어요. 그런데 집안을 잇지 않고 절에 들어가 승려가 되었어요. 그는 앞 시대의 먹그림 화가 셋슈를 우러러보았어요. 이름 雪村 의 첫 글자 雪(눈 설)도 셋슈(雪舟)와 같아요.
떠돌이 화가의 길은 길었어요. 셋손은 아이즈·오다와라·가마쿠라 같은 동쪽 고장을 옮겨 다니며 붓을 놓지 않았어요. 그가 즐겨 그린 건 중국의 신선과 도사 이야기였어요. 용을 타고 하늘을 나는 신선 여동빈을 그린 그림도 잘 알려져 있어요.
이 족자의 주인공 비장방도 그런 이야기 속 사람이에요. 그는 시장에서 약을 팔던 노인이 장이 끝나면 호리병 속으로 쏙 들어가는 것을 보고 그 노인의 제자가 되었어요. 그 뒤 스승이 준 대나무 지팡이를 타고 집에 돌아왔고, 지팡이를 연못에 던지자 지팡이는 용으로 변했어요. 셋손은 지팡이가 물보라 속으로 떨어지는 장면을 그렸어요.
셋손은 여든을 넘겨 살았어요. 마지막 해들은 미하루 영주 다무라 집안의 땅(오늘의 후쿠시마현)에 작은 암자를 짓고 보냈어요. 그의 먹그림은 뒷날 에도 시대 화가 오가타 고린과 가노파 화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어요. 이 족자는 2022년에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품이 되었어요.
이제 바위 위 노인의 눈길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 보세요. 지팡이가 꽂힌 하얀 물보라와 그 옆 안개 속 흐릿한 형체가 기다리고 있어요. 지팡이가 용으로 바뀌는 그 순간이 이 종이 위에서 400년 넘게 멈춰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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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각해 볼 질문
- 찾아보기바위 둘레에 먹으로 툭툭 찍은 작은 풀포기를 몇 군데나 찾을 수 있나요?
- 왜일까셋손은 왜 용을 또렷하게 그리지 않고 안개 속에 흐릿하게 남겨 두었을까요?
- 나라면비장방은 남들이 지나친 이상한 노인을 따라가 새로운 길을 찾았어요. 요즘 우리는 낯설고 이상해 보이는 사람에게 얼마나 마음을 열고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