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 어두운 방,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이 안경을 쓰고 탁자에 펼친 큰 종이에 펜으로 글씨를 쓰는 그림이에요.
- 토머스 에이킨스가 1882년에 그렸고, 그림 속 노인은 화가의 아버지 벤저민 에이킨스예요.
- 글씨 쓰기가 직업이던 아버지가 일하는 한순간을, 빛이 머리와 두 손과 종이에 모이도록 붙잡아 두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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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노인의 머리를 보세요. 벗어진 이마 한가운데에 빛이 하얗게 모여 있고, 주름까지 물감으로 새겨져 있어요. 동그란 철테 안경 너머로 눈은 거의 감긴 듯 아래만 내려다봐요. 우리가 보고 있다는 걸 전혀 모르는 얼굴이에요.
이번엔 두 손을 확대해 보세요. 오른손은 가는 펜대를 쥐고 펜촉 끝을 종이에 딱 붙였어요. 왼손은 손가락을 펴서 종이를 눌러 두었어요. 손등의 마디와 붉은 기운, 하얀 소맷부리까지 보여서, 이 손이 오래 일해 온 손이라는 게 느껴져요.
왼쪽 아래 종이 끝을 보세요. 푸른빛 잉크로 쓴 글자와 둥글게 휘감기는 장식 획이 보여요. 그런데 글자가 우리 쪽에서는 거꾸로 서 있어요. 종이가 쓰는 사람 쪽을 향해 놓여 있기 때문이에요. 미술관은 그가 옛 방식의 동판 글씨체, 곧 코퍼플레이트 서체로 문서를 옮겨 쓰고 있다고 설명해요.
오른쪽 탁자 끝으로 눈을 옮겨 보세요. 하얀 깃털처럼 보이는 것과 길쭉한 막대가 어둠 속에 놓여 있고, 그 사이로 작은 빨간 점이 하나 반짝여요. 주인공에게서 멀어질수록 붓질은 빠르고 거칠어져요. 화가는 꼭 봐야 할 곳만 또렷하게 남겨 두었어요.
이 그림이 그려진 때
1882년, 에이킨스는 서른여덟 살이었어요. 필라델피아에서 살던 그는 그해 펜실베이니아 미술 아카데미 학교의 책임자가 됐어요. 같은 해 집안에는 슬픈 일도 있었어요. 여동생 마거릿이 세상을 떠났거든요.
그림 속 아버지 벤저민은 필라델피아의 글씨 선생이었어요. 학교에서 옛 동판 글씨체를 가르쳤고, 땅문서나 졸업장 같은 중요한 서류를 아름다운 손글씨로 써 주는 일도 했어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에이킨스가 처음 그림 그리는 법을 이 아버지에게서 배웠을 것으로 봐요.
아버지는 아들의 그림 인생을 다른 방식으로도 받쳐 주었어요. 벤저민이 돈을 잘 굴려 둔 덕분에, 에이킨스는 그림이 팔리든 안 팔리든 평생 형편 걱정 없이 그림에 매달릴 수 있었어요.
이 그림은 그 뒤 큰 무대에도 섰어요. 1893년 시카고 세계 박람회에 그는 자기 그림 열 점을 걸었는데, 이 그림도 그 가운데 하나였어요. 아버지 벤저민은 1899년에 세상을 떠났어요.
에이킨스는 1916년에 숨졌고, 이듬해인 1917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그를 기리는 큰 전시를 열었어요. 이 그림도 같은 해 미술관 소장품이 됐어요. 이제 다시 펜 끝을 보세요. 미술관이 화가의 첫 그림 선생으로 보는 바로 그 손이, 지금도 종이 위에서 한 획을 이어 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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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각해 볼 질문
- 찾아보기그림에서 빛이 가장 밝게 닿은 곳 세 군데는 어디이고, 그곳들은 서로 어떻게 이어지나요?
- 왜일까에이킨스는 왜 아버지가 우리를 바라보는 모습이 아니라, 일에 빠져 고개를 숙인 모습을 골랐을까요?
- 나라면요즘은 손글씨로 서류를 쓰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기계가 대신하게 된 손재주 가운데,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있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