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 가시관을 쓴 예수가 커다란 십자가를 끌어안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그렸어요.
- 스페인 톨레도에서 일한 화가 엘 그레코가 1577~87년 무렵 캔버스에 유화로 그렸어요.
- 길게 늘어난 손가락, 젖은 눈빛, 빠른 붓질의 하늘에서 엘 그레코만의 그림 말투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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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확대해 보세요. 가시관의 가시가 이마를 찔러 붉은 핏방울이 몇 개 맺혀 있어요. 눈동자는 위를 향하고, 눈 안쪽에 흰 물감을 한 점씩 찍어 눈물이 고인 듯 반짝여요. 고통보다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보는 얼굴에 가까워요.
십자가를 짚은 위쪽 손을 보세요. 손가락이 부채처럼 펼쳐져 나무 위에 가볍게 얹혀 있어요. 무거운 짐을 움켜쥐는 손이라기보다 무언가를 소중히 감싸는 손처럼 보여요. 손가락 마디마다 밝은 붓 자국으로 빛이 닿았어요.
아래쪽 손으로 내려가 보세요. 이 손도 손가락이 유난히 길고 가늘어요. 엘 그레코의 그림 속 사람들은 이렇게 손과 몸이 길게 늘어난 경우가 많아요. 손등의 뼈와 핏줄을 몇 번의 붓질로만 나타냈어요.
오른쪽 위 십자가 끝을 확대해 보세요. 가로대의 잘린 단면이 화면 밖으로 튀어나올 듯 비스듬히 놓여 있어요. 그 뒤 하늘은 회색과 초록빛 구름이 빠른 붓질로 소용돌이쳐요. 이 그림에는 다른 사람도, 길도 없이 예수와 십자가와 하늘만 있어요.
옷을 보세요. 안에는 붉은 옷을, 겉에는 짙은 청록빛 망토를 둘렀어요. 그리스도교 그림에서 예수는 흔히 붉은 옷과 푸른 겉옷을 입은 모습으로 그려져요. 망토의 큰 주름이 몸을 감싸며 아래로 흘러내려요.
이 그림이 그려진 때
1577년, 서른여섯 살 무렵의 화가가 스페인 톨레도에 도착했어요. 크레타섬에서 성화를 그리다가 베네치아와 로마에서 여러 해 그림을 익힌 뒤였어요. 사람들은 그를 엘 그레코, 곧 그리스 사람이라고 불렀어요.
톨레도는 그에게 곧 큰 일을 둘이나 맡겼어요. 하나는 산토도밍고 엘안티구오 수도원 성당의 제단화였어요. 그 한가운데 걸렸던 「성모 승천」은 지금 시카고 미술관에 있고, 이 사이트에서도 볼 수 있어요. 다른 하나는 톨레도 대성당 제의실에 걸 「그리스도의 옷을 벗김」이었어요.
대성당 그림은 값을 두고 다툼이 났어요. 성당 쪽은 둘러선 사람들의 머리가 그리스도의 머리보다 높이 있고, 그 장면에 성경이 말하지 않는 세 마리아를 앞에 그렸다며 문제 삼았어요. 결국 감정인들이 값을 매기는 데까지 갔어요.
엘 그레코는 왕의 일감도 바랐어요. 펠리페 2세의 주문으로 엘에스코리알 수도원에 「성 마우리티우스의 순교」를 그렸지만, 왕은 이 그림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어요. 그 뒤 왕의 큰 주문은 다시 오지 않았고, 그는 1614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톨레도에서 살았어요. 1578년에는 그곳에서 아들 호르헤 마누엘이 태어났어요.
톨레도의 공방에서 그는 같은 주제를 여러 번 되풀이해 그렸고, 십자가를 지신 그리스도도 그중 하나예요. 이 그림은 수백 년 뒤 미국의 은행가 로버트 레만의 소장품이 되었어요. 그리고 1975년 레만의 다른 그림들과 함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들어왔어요.
다시 그림을 보세요. 대성당 그림의 그리스도는 몰려든 사람들에게 빽빽이 둘러싸여 있어요. 여기에는 그 사람들이 하나도 없어요. 십자가와 하늘, 그리고 위를 올려다보는 젖은 눈만 남았어요.
함께 생각해 볼 질문
- 찾아보기긴 머리카락 옆, 예수의 목을 타고 흘러내린 붉은 핏자국을 찾을 수 있나요?
- 왜일까엘 그레코는 왜 무거운 십자가를 진 손을 이렇게 가볍고 부드럽게 그렸을까요?
- 나라면힘든 일을 억지로 버티는 것과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은 어떻게 다를까요? 나에게도 그렇게 끌어안은 짐이 있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