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 털 달린 검은 외투를 걸친 남자가 의자에서 몸을 틀어, 막 누가 부른 듯 어깨 너머로 우리를 돌아봐요.
- 안토니 반 다이크가 1622년 무렵 이탈리아에 머물 때 캔버스에 기름 물감으로 그린 뤼카스 판 위펠의 초상이에요.
- 컴퍼스, 둥근 구, 돌로 만든 얼굴 조각 같은 물건들이 이 사람이 어떤 것에 마음을 둔 사람인지 말해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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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부터 확대해 보세요. 이마에 살짝 주름을 잡고, 눈썹을 올린 채 고개만 돌려 이쪽을 봐요. 코밑에는 콧수염, 턱에는 짧은 수염이 있어요. 목에는 하얀 레이스 깃이 검은 외투 위로 비스듬히 넘어가 있어요.
탁자 위에 올린 손을 보세요. 엄지와 검지 사이에 쇠로 된 컴퍼스를 쥐고 있어요. 컴퍼스 다리 두 개가 탁자 위 붉은 천에 닿아 있어요. 무언가를 재다가 고개를 든 순간처럼 보여요.
오른쪽 탁자 뒤로 가 볼까요. 커다란 구가 받침대 위에 놓여 있고, 표면에 붉은 옷을 입은 사람 모양 그림이 보여요. 그 왼쪽에는 수염 난 노인의 얼굴을 새긴 조각이 어둠 속에서 고개를 내밀어요. 이 무렵 초상화에서 이런 구나 컴퍼스는 배움과 넓은 세상에 대한 관심을 보여 주는 물건으로 자주 쓰였어요.
의자 쪽으로 내린 팔의 소매 끝을 확대해 보세요. 하얀 소맷부리가 검은 옷 사이로 삐져나와 있어요. 흰 물감을 몇 번 빠르게 긁듯이 그어서 얇은 천의 주름과 빛을 냈어요. 가까이서는 붓 자국이지만 조금 떨어지면 빳빳한 리넨처럼 보여요.
그 팔 끝, 의자를 짚은 손을 보세요. 긴 손가락이 의자 끝을 가볍게 누르고 있어요. 금방이라도 몸을 일으킬 것 같은 손이에요. 반 다이크는 이렇게 손을 길고 우아하게 그리는 것으로 이름이 났어요.
이 그림이 그려진 때
1621년 가을, 스물두 살의 반 다이크가 안트베르펜을 떠나 이탈리아로 향했어요. 열아홉 살이 되기 전에 이미 안트베르펜 화가 조합의 장인이 되었고, 루벤스의 작업장에서 일한 젊은 화가였어요. 바로 전 겨울에는 몇 달 동안 런던에 건너가 영국 왕 제임스 1세를 위해 일하기도 했어요.
이탈리아에서 그는 1627년까지 머물렀어요. 거점은 항구 도시 제노바였고, 그곳에서 일하던 플랑드르 화가 형제 루카스와 코르넬리스 더 바엘이 그를 맞아 주었어요. 로마와 베네치아, 시칠리아까지 다니며 옛 거장의 그림을 작은 스케치북에 옮겨 그렸어요. 이 스케치북은 지금 런던 영국박물관에 있어요.
이 초상은 1622년 무렵 베네치아에서 그렸어요. 베네치아에서 반 다이크는 티치아노의 그림을 열심히 공부했어요. 모델 판 위펠은 베네치아에 자리 잡은 부유한 플랑드르 상인이었고, 그림을 모으는 수집가였어요. 미술관은 반 다이크가 그를 여러 관심사를 지닌 교양 있는 신사로 그렸다고 설명해요.
판 위펠이 1637년에 세상을 떠나자, 1639년 암스테르담에서 그의 소장품이 경매에 나왔어요. 그중에 라파엘로가 그린 「발다사레 카스틸리오네의 초상」이 있었어요. 경매장에 온 렘브란트가 이 그림을 재빨리 스케치하고, 팔린 값까지 옆에 적어 두었어요. 이듬해 렘브란트가 그린 자화상에서 이 그림의 자세를 읽어 내는 학자가 많아요.
반 다이크의 초상은 1730년 무렵 독일 헤센카셀 방백 가문의 소장품으로 다시 기록에 나타나요. 그리고 뉴욕의 백화점 주인 벤저민 올트먼의 유언에 따라 1913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왔어요. 이제 그림을 다시 보세요. 한때 라파엘로의 그림을 가졌던 수집가가 구와 컴퍼스 사이에서 몸을 틀어 우리를 돌아봐요. 이 사람의 눈길 뒤에 그런 이야기가 숨어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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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각해 볼 질문
- 찾아보기이 그림에서 하얗게 빛나는 곳은 몇 군데인지, 어두운 화면 속에서 찾아볼 수 있나요?
- 왜일까반 다이크는 왜 이 사람을 정면으로 앉은 모습이 아니라 몸을 틀어 돌아보는 순간으로 그렸을까요?
- 나라면오늘 누군가 내 초상을 그린다면, 나를 보여 주기 위해 곁에 어떤 물건 세 가지를 두고 싶나요?







